이스라엘 공습에 19세 '청년의 꿈' 산 채로 불타…전세계 충격
병원 주차장 텐트촌서 화재로 사망…이스라엘 "하마스 정밀 타격"
유족들 "지금처럼 패배감 느꼈던 적 없다" 추모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한 팔레스타인 청년의 이야기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샤반 알-달루(19)는 지난 13일 가자지구 중부의 해안 도시 데이르 알-발라의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내 텐트에서 화재로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알-달루의 가족들은 의료 시설에 공격을 금지하는 국제법에 따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 지난해 10월부터 병원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화마가 텐트촌을 덮쳤고, 알-달루와 그의 어머니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알-달루의 20번째 생일을 하루 남긴 날이었다.
화염 속에서 팔을 흔들며 서서히 죽어가는 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스라엘은 병원에 있는 하마스 지휘 센터에 "정밀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화재는 '2차 폭발'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만 해명했다. 무엇에 따른 2차 폭발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찍은 영상을 공포에 질려 지켜봤다"며 "하마스가 병원 근처에서 작전 중이더라도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알-달루의 가족들은 그가 유년 시절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을 통째로 외우고 대학에서는 수석을 하던 똘똘한 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알-달루는 의사를 꿈꿨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공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해외로 나가길 원했다. 마지막 2년 동안은 가자지구의 알아즈하르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꿈보다 가자지구에서 탈출하겠다는 열망이 더 강했다. 그는 SNS에 호소문을 쓰거나 텐트에서 찍은 동영상을 게시하고, 모금 페이지를 개설해 탈출 방법을 모색했다.
알-달루의 이모는 "그의 계획은 자신이 먼저 탈출한 후 여동생과 형제, 부모를 구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모에 따르면 알-달루의 어머니는 그를 아들이라기보단 형제같이 친밀하게 대했고, 아버지 또한 부자지간을 넘어선 최고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알-달루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 하루 전날 아내, 아들과 함께 바닷가에 가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추억했다. 알-달루의 아버지는 "지금처럼 패배감을 느낀 적이 없다"며 "이제 신께서 그의 영혼을 쉬게 하실 때"라고 추모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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