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이스라엘 공세로 '자금줄 3곳' 붕괴됐다"

VOA "AQAH·상업은행·이란발 현금 실은 비행기까지 막혀"
전문가 "종교적 동기…자금 때문에 싸움 멈추진 않을 것"

12일(현지시간) 레바논 해안 도시 비블로스에서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 중인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된 건물과 불에 탄 차량이 보인다. 2024.10.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들의 주요 자금줄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세로 인해 '자금 부족' 상태로 나타났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13일(현지시간) VOA에 따르면 이스라엘로 인해 헤즈볼라의 핵심 자금줄 세 곳이 붕괴됐다.

세 곳 중 헤즈볼라의 가장 중요한 자금원은 미국 및 레바논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과 미(美)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알카르드 알하산'(AQAH)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정부 면허 없이 운영되는 레바논의 준 은행 기관이다.

이외 다소 부실하지만 정부 허가가 이뤄진 상업 은행, 이란에서 전해오는 '현금을 실은 비행기'가 헤즈볼라의 주요 자금줄로 꼽힌다.

AQAH는 1982년 가난한 레바논인, 주로 시아파 인사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설립됐다.

이후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소재 다히에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 지부를 둔 주요 기관으로 성장했다.

미 재무부는 2007년 AQAH 제재에 나섰고 2021년에는 이 기관 직원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AQAH가 약 5억 달러를 축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에서 AQAH와 같은 이들의 현금 보관소를 표적으로 삼았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힐랄 카샨은 이와 관련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AQAH 지부 대부분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헤즈볼라는 매우 심각한 재정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인들이 2일 테헤란에서 이란 국기와 함께 팔레스타인, 헤즈볼라 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10.02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아울러 데이비드 애셔 미 워싱턴 소재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도 잃고 있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자금 지원가를 포함한 레바논의 금융 자산가들이 헤즈볼라를 도운 혐의로 이스라엘의 '다음 표적'이 될까봐 유럽과 걸프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현금을 실은 비행기'는 지난달 말부터 이스라엘 전투기가 베이루트 공항 영공을 순찰하기 시작하면서 제한이 이뤄지게 됐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이러한 순찰 사실을 밝히면서 "무기를 운반하는 적대 비행기가 민간 시설에 착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셔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로 향하는 항공편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이란인들이 레바논으로 돈을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들었다"며 "이스라엘은 무기만이 아니라 돈으로 가득 찬 비행기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카샨 교수는 이란이 레바논 정부의 세관을 거치지 않고 헤즈볼라에 현금을 밀반입하기 위해 이란 테헤란에서 베이루트로 가는 항공편을 조직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대한 공격을 확대한 이후, 레바논 정부는 몇 주 동안 공항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했다"며 "이제 헤즈볼라로 가는 현금 흐름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카샨 교수는 헤즈볼라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이스라엘군과 싸우는 것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식량과 탄약의 가용성에 더 많이 달려 있다"며 "종교적 열정에 의해 동기가 부여된 싸움이라면 현금의 가용성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