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때리면 핵무장으로" vs 이스라엘 "이참에 핵 싹 잘라야"

이란 "정계에서 핵전략 정책 변화 가능성 제기"
이스라엘 "대응 치명적이고 놀라울 것" 경고

지난 2019년 11월4일(현지시간) 이란 원자력 기구가 공갱한 원자력 농축 시설 나탄즈 핵 연구 센터의 모습. 2019.11/04/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 측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경우 이란의 핵 교리(핵무기 사용 규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이란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아야톨라의 정치 고문인 사나에이-라드는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이란의) 핵전략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게다가 그러한 행동(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지역 및 세계적 레드 라인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파 이란 의원 39명은 최근 이란이 핵무기 등 방위 교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고 국가안보위원회에 보내는 서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한편 레바논 헤즈볼라와도 충돌을 이어가며 중동 긴장감은 격화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1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등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했다.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재보복도 임박하며, 이란의 원유 시설과 군사 시설, 핵 시설 등이 잠재적인 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나에이-라드 고문은 "석유 및 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은 지역 에너지 안보와 세계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란이 이스라엘의 핵 시설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복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19일 알아크사 모스크 등 예루살렘 구시가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올리브산 정상에 게양된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밤사이 이란 핵시설의 중심 이스파한 등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가했으며 이에따라 긴장과 경계 속에 새 날을 맞고있다. 2024.04.1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그러나 이스라엘의 보복 의지는 굳건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대응이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며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중동 내 이란의 대리 세력이 약해지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란의 경제는 약하고, 통치하는 아야톨라는 고령화되고 있다"며 "쿠드스군 수장은 살아있지 않을 수 있고, 헤즈볼라는 상당히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지금 잡지 않으면 이란의 역량을 더 심각하게 약화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은 연락 두절 상태다. 쿠드스군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 민병대,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을 외부에서 지원하는 부대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간 교전 격화로 이란의 대리 세력인 '저항의 축'은 세력이 크게 약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외에도 △이브라힘 아킬 △푸아드 슈크르 △위삼 알타윌 △아부 하산 사미르 △탈렙 사미 압둘라 △모하메드 나세르 등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아래 핵심 지휘관 8명 중 6명과 특수작전부대인 '라드완 부대'의 고위 지휘관 11명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마스와의 전쟁에서는 약 4만개 이상의 하마스 표적과 약 1000개의 로켓 발사장을 파괴했다. 약 4700개의 지하 터널을 발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미국 지원 없이 이란의 핵 시설을 상대로 성공적인 타격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은 방어 및 보안이 철저하고, 지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스라엘은 이러한 목표(핵 시설)가 이스라엘에서 거의 1000마일(약 1600㎞) 떨어져 있고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타격하기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핵 시설이 있는) 나탄즈는 철근 콘크리트로 묻혀 보호되고 있으며, 포르도는 산의 측면에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