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에 이스라엘 경제 '비틀'…재정악화·신용강등·노동력 부족

전쟁 직접 비용, 1000억 셰켈(약 35조원)…간접비용 합치면 훨씬 커
재정건전성 크게 악화…글로벌 펀드의 주식 보유 10년 만에 최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북부 갈릴리 지역에서 레바논 헤즈볼라의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2024.08.0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동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 중인 이스라엘의 경제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기관이 등급을 하향한 데다가 관광과 건설, 농업 등 다른 산업이 타격받고 가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스라엘 경제와 공공 재정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이스라엘 장기 국채의 신용 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추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무디스도 그보다 약 일주일 앞서 등급을 'A2'에서 'Baa1'로 두 단계 낮추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지난 8월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추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가자지구 분쟁은 2025년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다른 전선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전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이미 이스라엘 경제를 약화했다. 여기에 하마스의 공격과 그에 따른 전쟁은 결정타를 날렸다.

2023년 4분기에 21% 감소한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1분기에 14% 회복되었지만, 2분기에는 0.7%로 성장이 다시 둔화하였다. 전쟁은 이스라엘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방산업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관광, 건설, 농업 부분은 초토화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노동권 단체인 카브 라오베드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전쟁 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취업 허가 발급을 중단한 것 때문에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 금지에서 면제된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80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쟁을 피한 이주, 전쟁 동원으로 노동력이 부족해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서 건설 공사가 중단되어 고층 빌딩과 교통 프로젝트는 반만 건설된 흉물이 됐다.

관광도 큰 타격을 입었다. 휴가객과 종교 순례자들이 발길을 돌린 탓에 관광부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한 관광객이 전년 같은 기간의 25%인 약 50만명으로 줄었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지난 20년 동안 이스라엘의 성장은 신용 소비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많은 가정이 대출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도 줄었다. 이스라엘 경제학자인 자크 벤델락은 이런 상황에서 높은 생활비와 경기 침체가 합쳐지면 "필연적으로 빈곤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재무부는 8월까지 가자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직접 비용은 1000억 셰켈(약 35조2660억원)이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25년 말까지 이 총액이 2500억 셰켈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추산액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기 전에 한 것이라 전쟁이 확대되며 더 추가될 예정이다. 여기에 간접비용가지 합하면 전쟁비용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난다.

지난해 62%였던 부채 대 GDP는 올해 67%에 달했고 정부 적자는 GDP의 8.3%로 이전에 예상했던 6.6%를 훨씬 넘었다. 이스라엘 주식 투자는 점차 줄고 있다. 논란이 된 사법 개혁으로 인해 이스라엘 펀드에 대해 국제 투자자들이 규모를 줄였는데 전쟁 후 이는 더욱 심해져 글로벌 펀드의 이스라엘 주식 보유는 현재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됐다. 전쟁 수행 방식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기업경영) 영향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들은 이스라엘 채권 보유도 줄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경제가 "안정적이고 견고"하며 전쟁이 끝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델락 역시 경제는 항상 전쟁 후에 강력한 회복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회복 속도가 더 느리고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 전총재인 카르닛 플루그는 CNN에 "최근의 긴장이 더 길고 격렬한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이스라엘의) 경제 활동과 성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