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튀니지 대선서 사이에드 무난히 재선할 듯

1인 독주 체제 확립한 사이에드, 철권 통치 이어갈 전망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정지윤 기자 = 북아프리카 튀니지가 6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재임 기간 반대파를 척결하고 권력을 공고히 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이번 선거가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의 민주주의 실험의 마지막 장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투표는 현지시간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마감한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가 늦어도 9일까지는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튀니지 의회는 대선을 9일 앞둔 지난달 27일 선거법에 대한 주요 개정안을 승인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선거 분쟁을 판결하는 행정 법원의 권한을 박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선 예비 후보 14명도 출마 조건을 갖추지 못해 경선에 나오지 못했다. 일부는 지지 서명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구금됐다. 그 결과 사이에드를 포함한 총 3명의 후보만 출마한 상태다.

사이에드의 승리가 예상되자 야당 내부에는 체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며, 선거운동은 침체됐다. 선거 유세나 공개 토론회도 없었으며 거리에 붙은 선거 포스터마저 모두 사이에드의 것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25일 공화국 수립 67주년을 맞은 튀니지의 정치범 가족들이 수도 튀니스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에서 피켓을들고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이예드 대통령은 2022년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회한 헌법 개정을 단행하고 반대하는 정치, 언론인들을 탄압해 '아랍의 봄' 진원지인 튀니지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또한 정정불안으로 인해 튀니지 경제 상황도 악화하는 양상이다. 2024.07.2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기자

경제 위기에 빠진 튀니지에서 많은 유권자들은 변화를 기대하지 않으며 정권 교체에 대한 의지도 잃은 상태라고 AFP는 전했다.

보복이 두려워 이름만 밝힌 튀니스 거주 22세 청년 무함마드는 AFP 인터뷰에서 "우린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나도 친구들도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이에드는 2019년 대선 2차 결선 투표에서 73%의 득표율을 얻으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인물이다. 사이에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 간 교착 상태가 이어진 이후 강력한 정부를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됐다.

2021년에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끌던 의회를 해산하면서 권력 장악을 시도했다. 2022년에는 개헌을 단행해 1인 통치 체제를 확립했다.

사이에드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발한 정치인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슬람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 '엔나흐다'의 대표 라체드 간누치, 자유데스토리아당 대표 아비르 무시가 구금됐다. 이에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에서 기본권이 우려스럽게 침해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현재 튀니지에 170여명이 정치적인 사유나 기본권 행사를 이유로 구금돼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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