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이스라엘 공습·지상전…하늘로 바다로 외국인들 '엑소더스'(종합)
미국·일본·러시아·프랑스·독일·스페인·그리스 등 자국민 대피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격이 거세지면서 각국 장부가 앞다퉈 자국민들을 베이루트에서 탈출시키고 있다. 미국, 유럽 국가들, 아시아, 중동 출신 외국인들이 정부 전세기가 있는 공항이나 항구로 몰려들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은 이날 국민 철수 작전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외교관 가족 60명을 대피시켰고 프랑스는 레바논 항공사인 미들이스트항공이 운영하는 상업 항공편 두 대 200석으로 국민들을 실어 날랐다.
프랑스 당국은 레바논에 이중 국적을 가진 프랑스 여권 소지자가 2만40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프랑스는 지난달 30일 광범위한 대피가 결정될 경우를 대비해 강습상륙함도 보내놓았다.
독일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두 차례 공군 비행기를 보내 241명을 레바논에서 철수시켰다. 베이루트 주재 독일 대사관은 레바논에 약 1800명의 독일 시민이 있는데 상업 항공편과 다른 수단을 통해 출국할 수 있도록 계속 돕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4일과 5일 군용기를 베이루트로 보낼 계획이다. 약 300명의 네덜란드인이 이를 타기 위해 등록했다.
그리스인들은 레바논에 약 3500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에 딸린 부양가족도 1000명 있다. 그리스 국방부 장관은 군용기를 키프로스에 보내 그리스와 키프로스인 수십명을 대피시켰으며 2대의 항공기도 대기 중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군용기로 204명을 태워 이날 마드리드 근처의 토레혼 공군 기지에 착륙했다. 40명을 태운 또 다른 비행기는 이날 나중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앞서 2일 상업 항공편을 전세 내 취약 계층을 먼저 대피시켰다. 영국 정부는 필요한 경우 추가 항공편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상업용 항공기에 800석을 예약했다. 현재 약 4만5000명의 캐나다인이 레바논에 있다.
호주는 시민들이 레바논을 떠날 수 있도록 수백 개의 항공편 좌석을 준비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인과 그의 가족을 합친 250명은 이번 주 미국 정부가 마련한 두 상업 항공기를 타고 레바논을 떠났다. 일본은 3일 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민 50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수송기 2대를 파견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 2명은 전세 선박편으로 키프로스로 대피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근 국가들로 가는 경우 표를 구하지 못한 일부 피난민은 페리를 타고 가기도 했다. 베이루트에 5년간 거주한 한 미국 시민은 지난 며칠 동안 항공편이 취소되어 베이루트에서 일반 상업용 페리를 타고 튀르키예 남부 타수쿠항구에 도착했다. 그는 하선 후 "베이루트에서 계속 포격과 폭탄 소리를 들었다"면서 "나는 즉시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나에 사는 한 레바논인은 레바논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 예약이 차서 페리를 타야 했다. 그는 가족들은 모두 레바논 전역에 퍼져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날 유엔 난민 기구(UNHCR)는 이스라엘이 지난 9월 23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16만명이 탈출했다고 밝혔다. 시리아로 넘어간 피난민 중 70%인 11만 2000명은 시리아 국적이고 나머지는 레바논 국적이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해 가자 전쟁 발발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이후 레바논에서 12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약 200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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