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 첩자 있다"…헤즈볼라 수장, 이란 경고 무시했다 '폭사'

이란, 이스라엘 모사드의 고위직 침투 조사중

29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 지휘부가 사망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회동 장소의 초토화된 모습이 보인다. 2024.09.3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아야톨라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에게 그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내부에 첩자가 있으며 목숨을 노리고 있으니 피신하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경고에도 나스랄라는 헤즈볼라 요원들을 완전히 신뢰하고 자신의 안전을 자신해 목숨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소식통 3명은 지난달 17일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가 공격받은 직후 하메네이가 나스랄라에게 특사를 통해 이란으로 몸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특사는 이란 혁명 수비대(IRGC) 사령관인 압바스 닐포루샨 준장이었다. 당시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내부에 첩자를 두고 있으며 그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 보고를 인용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지만 나스랄라는 자신의 안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내부 서클을 완전히 신뢰했다. 애가 탄 하메네이는 닐포루샨 준장을 보내 두 번째로 나스랄라에게 레바논을 떠나 더 안전한 이란으로 피하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스랄라는 레바논에 머물기를 고집했다. 그 후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폭탄에 맞아 사망했고 당시 닐포루샨 준장도 함께 벙커에서 사망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헤즈볼라 내부에서는 이미 7월 베이루트의 은신처를 이스라엘이 공습해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만나던 헤즈볼라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폭사하면서 조직에 모사드가 침투했을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울렸다. 이 살해 사건에 이어 몇 시간 후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까지 암살되었다.

이란은 현재 정부 고위 간부로 이스라엘 첩자가 침투했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하메네이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헤즈볼라 및 이란 정보기관, 그리고 그 상호 간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레바논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첩자가 후계자를 살해할까 봐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스웨덴 국방 대학의 헤즈볼라 전문가인 마그누스 란스토프는 "이란은 뿌리까지 흔들렸다. 이란이 얼마나 깊이 침투당했는지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하메네이의 신뢰받는 군사 고문인 닐포루샨도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란스토프는 이란이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이용해 일으켰던 군사적 공격 대신에 더 과거에 저질렀던, 이스라엘 대사관과 해외 이스라엘 인력에 대한 공격으로 싸움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나스랄라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이란은 혁명수비대에서 고위 보안관리까지 이란 내부 첩자의 존재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특히 해외로 여행하거나 이란 외부에 사는 친척이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이 상위 계층에 침투하는 것에 대한 이란의 두려움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이란 대통령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는 지난달 30일 튀르키예에서 현지 CNN과 인터뷰를 갖고 이란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 비밀 부대를 만들었는데 이 부대 수장부터가 모사드 요원이었다고 말했다. 비밀 부대장과 함께 구성원인 다른 20명도 이스라엘 요원이었는데 이들이 이란 핵 관련 문서 도난과 이란 핵 과학자 살해 등을 저질렀다고 아흐마디네자드는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