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지상전 자신감…레바논 총리는 휴전 촉구(종합)
헤즈볼라 "어떤 공세에도 맞서" vs 이스라엘 "모든 역량 사용"
이란 "병력 파견 없어"…레바논 총리, 이스라엘 휴전 조건 수용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중동을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30일(현지시간) 지상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다시금 맞섰다.
양보 없는 양측 간 신경전으로 중동 상황이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헤즈볼라에 자국 군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휴전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날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공개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어떤 지상 공세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 27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헤즈볼라 관계자가 공개 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이 육로로 진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저항 세력은 모든 지상 충돌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지지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병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갈란트 장관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 준비를 강력히 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표적 공습' 전략으로 헤즈볼라 수뇌부가 대거 숨진 틈을 타 지상전까지 밀어붙일 조짐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국민을 향한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강한 군사력을 언급하며 "이란이 자유를 찾게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 상황이 가라앉을 여지가 엿보이는 발언들도 나왔다.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 정부는 이날 이란 병력을 레바논에 추가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전사들은 침략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과 힘을 갖고 있다"며 "이란의 추가 또는 자원 병력을 파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느 쪽에서도 이와 관련해 어떤 요청도 받지 않았다"며 "오히려 우리는 그들이 우리 군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단, 카나니는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과 군인, 저항 세력에 대해 저지른 범죄에 관해 문책과 처벌 없이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의 휴전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과 만남을 가진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5개국 이상의 외무장관들에게 자국과 헤즈볼라 간 휴전에 있어 관련 조건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여기에 해당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레바논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해야만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며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된 채 리타니 강 북쪽에 남는 것이 휴전을 위해 유일하게 수용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06년 8월에 채택된 해당 결의안에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적대 행위를 완전히 중단하도록 돼 있다.
특히 블루라인(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후 만들어진 국경선)과 리타니 강 사이에 비무장지대를 설정, 이곳에는 레바논 군과 UNIFIL만이 무기와 군사 장비를 보유할 수 있게 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해왔다는 입장이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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