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랄라 암살'에 이란 지도부 분열 쇠락…반격하자 vs 자제해야
이란 최고지도자는 침착한 대응 "헤즈볼라가 운명 결정"
페제시키안 등 온건파는 "네타냐후 함정에 빠지지 말자"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의 일부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제거당하자 이란 지도부가 분열 양상을 띠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스랄라 사망 직후 소집된 이란의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온건파와 강경파의 의견이 나뉘었다.
서방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설치한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반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온건파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우리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이란 지도부의 다른 온건파 인사들 또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란의 주요 인프라가 반격당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이란 경제의 심각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이드 잘릴리를 비롯한 이란의 강경 보수파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전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NYT는 전했다. 페제시키안의 유화 메시지가 이스라엘에 나스랄라를 살해할 용기를 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잘릴리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이란 국영 TV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을 촉구하며 "테헤란과 바그다드, 베이루트에는 차이가 없다"는 앵커 발언을 내보냈다.
NYT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나스랄라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고 애도하면서도 차분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익명의 이란 관리 4명을 인용해 전했다.
하메네이는 성명을 내고 "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저항 세력을 이끄는 헤즈볼라"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에 대응할 주체가 이란이 아닌 헤즈볼라이며 이란의 역할은 지원에 그칠 것이란 신호라고 NYT는 해석했다.
일각에선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로서는 이스라엘의 전면전 또는 자기 보호를 위한 몸사리기를 택할 수밖에 없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인 사남 바킬은 "하메네이의 성명은 그가 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주의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나스랄라의 사망 소식에 이란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다음에 이란을 공격할지, 하메네이가 다음 표적이 될지 등을 우려하며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이란 전역에서도 나스랄라의 죽음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친정부 세력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공개 애도 행사를 열며 헤즈볼라의 노란 깃발을 흔들었다.
반면 반체제 인사들과 정권의 탄압에 시달리던 이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고 버스 정류장에서 과자 상자를 건네며 나스랄라의 죽음을 기뻐했다. NYT는 많은 일반 이란인들 사이에서 나스랄라는 정권 탄압의 한 축으로 여겨졌으며, 지나가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나스랄라의 죽음을 기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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