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가면 지옥문 열린다"…이-헤즈볼라 '3주 휴전안' 수용할까
미국·레바논 등 휴전 기대 내비쳐…이스라엘, 공습 일시 중단한 듯
레바논 휴전 수용 여부 관건…휴전 하더라도 효과엔 '의구심'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이 격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중동 국가들이 일시적 휴전을 제안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안을 수용할지 그리고 이에 따라 고조되는 전면전 위기가 완화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면서 국경 지역에서 교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 23일부터 헤즈볼라에 대해 '북쪽의 화살' 작전을 실시하면서 공습을 강화했고 사상자가 2600명에 육박하면서 '레바논 내전'(1975~1990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25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2013년 10월 8일 이후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의 상황은 참을 수 없을 정도여서 역내 확전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3주 간의 휴전을 촉구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에서 "레바논에 지옥이 열리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일시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막후 외교를 통해 거의 합의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몇 시간 내에 휴전 협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집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휴전 이행의 핵심은 이스라엘의 국제 결의안 이행 의지에 달려 있다며 휴전안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전면전 위기 속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엔 총회 참석한다는 점도 휴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이스라엘의 지상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오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으로 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휴전을 제안한 후 이스라엘은 사흘 간 진행한 공습을 잠시 중단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계속 결렬된 것을 미루어 볼 때 양측이 휴전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스라엘보다는 레바논이 휴전안을 수용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암살과 무선 호출기(삐삐) 및 무전기 폭발 등을 통해 헤즈볼라의 위상을 실추시킨 이스라엘에겐 휴전이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현명한 결정'일 수 있지만 레바논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레바논은 휴전안 수용을 결정하기 위해 헤즈볼라와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데다 헤즈볼라 배후에 이란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휴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 총회에 참석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격화하면 "모든 수단으로" 헤즈볼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일시적'이라 중동에 드리운 전운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면 이스라엘과의 교전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라 휴전 후에 다시 양측 간 교전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회담에 직접 관여한 한 고위 외교관도 "일시적인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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