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시장 점유율 회복 위해 원유 가격 100달러 목표 포기

세계 유가 하락에 굴복…12월부터 증산 준비

원유 펌프 시설.<자료 사진> 2023.08.01/ ⓒ AFP=뉴스1 ⓒ News1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에 대한 비공식 가격 목표인 배럴당 100달러를 포기할 준비가 되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밝혔다. 사우디는 그간 감산을 통해 석유 가격을 유지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12월부터 증산할 방침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오펙 플러스 소속 국가들과 장기간 유지해 온 감산을 오는 12월부터 해제해 매달 하루 8만3000배럴씩 추가로 월 생산량을 늘려 2025년 12월까지 하루 100만 배럴 증산하도록 할 방침이다.

당초 10월 초부터 해제할 예정이었지만 2개월 늦췄다. 오펙 플러스는 오펙(OPEC, 석유수출국기구) 소속 국가들과 다른 산유국의 협의체다.

이번 달 초 브렌트유 가격은 잠시지만 2021년 12월 이후 최저인 70달러 이하로 하락할 정도로 저유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사우디 관리들이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더라도 계획대로 12월 1일에 생산량을 회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FT는 이런 바뀐 사고방식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큰 변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2022년 11월 이후 다른 오펙 플러스 회원국을 반복적으로 독려해 생산량을 감축하도록 이끌었던 나라기 때문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배럴당 평균 99달러라는 8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하지만 그 후 하락했는데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이 확전 위기에 있음에도 9월 현재 기준 배럴당 평균 73달러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공급 증가, 중국의 경기 부진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산을 균형 잡기 위해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운 유가가 필요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개혁 프로그램에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소식통들은 사우디가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다른 산유국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가격이 낮은 기간을 외환보유고를 쓰거나 국채를 발행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간 사우디의 감산 정책은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오려 하는데 유가가 높아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었다. 사우디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2년 동안 자체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씩 줄였는데, 이는 오펙 플러스 회원국 감산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우디와는 달리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다른 회원국은 각자의 할당량보다 더 많이 생산함으로써 정책을 지키지 않아 감산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