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통신망을 쥐락펴락'…이스라엘, 레바논 시민에 "대피하라" 전화

시스템 우회해 유선전화·휴대폰으로 녹음과 문자 보내

레바논 남성이 2024년 9월 23일 베이루트에서 휴대전화로 받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보낸 것으로 헤즈볼라가 무기를 숨긴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즉시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하기 전 레바논 시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져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주 헤즈볼라의 통신 장비를 동시다발로 폭발시킨 데 이어 다른 나라 국민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를 건 것이 이스라엘의 높은 정보력 내지는 통신 장악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국영 통신사 NNA는 "베이루트와 여러 지역의 시민들이 이스라엘 적에게서 유선 전화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다. 메시지는 그들이 있는 곳에서 빨리 대피하라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는 레바논 정보부 장관 지아드 마카리 사무실도 이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장관 사무실은 이 유선 전화를 직원들이 받았는데, 빨리 대피하라는 녹음된 메시지가 들렸다고 했다. 정보부 사무실은 다른 여러 정부 공관이 있는 지역에 있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텔레비전 성명에서 비슷한 경고를 발표하고 "레바논의 모든 네트워크와 플랫폼에서 아랍어로 (이 경고가) 배포되고 있다"고 말했다.

녹음 메시지뿐 아니라 문자 메시지도 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남부 레바논 주민들의 휴대전화에 아랍어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 대피 전화는 레바논 전역에서 6만통 걸려 왔다. 걸린 전화를 받으면 녹음된 메시지가 나오는 식이었다.

보도들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유선전화, 네트워크와 플랫폼,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까지 마음대로 이용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레바논은 국가 전체가 이스라엘과의 통신을 금지하고 있어서, 이 벽이 속수무책으로 뚫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레바논 통신사인 오게로의 대표인 이마드 크레이디에흐는 "레바논의 유선 전화 네트워크 시스템은 이스라엘과의 모든 통신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자국에게 우호적인 나라의 국제 전화 코드를 사용해 통신 시스템을 우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국제 통신사를 통해 자동 음성 녹음을 보내면 시스템은 이를 이스라엘 전화로 인식하지 못하고, 대부분은 우방국에서 온 전화인 것으로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이스라엘이 2006년 7월 헤즈볼라와 전쟁할 때도 사용한 기술이었으며 "전화의 출처를 찾아내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