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폭발'에 세계 제조 공급망 위험 노출…"리쇼어링 가속화할 듯"
하청·분업화 등 복잡한 산업 구조…매 단계 보안 갖추기 어려워
미국, 생산시설 불러들이는 '리쇼어링'·'프렌드 쇼어링' 추진해와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에 폭발물이 들어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며 세계 제조 공급망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삐삐 폭발 공격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리쇼어링'(생산 시설 자국 복귀)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넬 공대와 로스쿨에서 디지털 및 정보법을 가르치고 있는 제임스 그림멜만 교수는 이번 삐삐 공격으로 "물리적 기기를 제조 및 판매하는 모든 회사는 공급망의 무결성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크 몽고메리 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정책책임자는 "우리가 운영해 온 위험을 드러낸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우려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폭발한 삐삐 대부분은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 제품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골드아폴로 측은 헝가리 업체 'BAC 컨설팅 KFT'가 상표 사용권을 받아 제조한 제품이라고 부인했다. 헝가리 정부는 BAC가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전자 제품 제조업계에는 기업 산하에 부품 공급 등을 담당하는 수많은 하청 업체가 있어 모든 생산 단계에서 보안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기술 정책 싱크탱크인 ITIF의 다니엘 카스트로 부사장은 "이러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무언가가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삐삐 공격으로 인한 새로운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한 가운데 미국이 제조업에 더욱 보수적으로 다가갈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제조업계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 우호국으로 이전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추진해 왔다.
세스 몰튼 미 하원의원은 "이스라엘이 할 수 있다면 중국도 할 수 있다"며 "길고 불투명한 공급망은 너무 쉽게 악용될 여지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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