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이어 무전기도 연쇄 폭발…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위기
레바논 전역서 수천명 사상…이스라엘 소행에 무게
헤즈볼라 보복 예고…이스라엘 "전쟁 새 국면" 선언
- 박재하 기자,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권진영 기자 =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이틀간 동시다발로 폭발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중동이 또다시 격랑에 빠지고 있다.
12개월째 헤즈볼라와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헤즈볼라가 보복을 예고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우려가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면서 확전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과 동부 베카 벨리 등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동시다발로 폭발하면서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전날에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삐삐가 연쇄 폭발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80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자 중에는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도 포함됐다. 레바논 접경국 시리아에서도 헤즈볼라 대원 14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통신 감청과 해킹 등을 우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삐삐와 무전기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에 폭발한 삐삐 대부분은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 제품으로 확인됐지만 골드아폴로 측은 헝가리 업체 'BAC 컨설팅 KFT'가 상표 사용권을 받아 제조한 제품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BAC가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고 반박했다.
외신들은 미국과 레바논 등 당국자,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제작 또는 유통 과정에서 기기 배터리에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가 설치됐다는 것이다.
이에 헤즈볼라는 즉각 보복을 예고하며 계속해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헤즈볼라는 "우리는 이 범죄적 침략에 대해 이스라엘의 적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라며 이스라엘 북부 포병 진지에 로켓을 발사했다.
하마스 역시 "시온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고 이란은 이스라엘이 "대량학살(mass murder)"을 저질렀다며 맹비난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의혹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레바논에서 가까운 라맛다비드 공군기지를 찾아 "전쟁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그간 가자지구 지상전에 투입됐던 정예부대인 98사단을 이스라엘 북부로 재배치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바논에서 극적인 긴장 고조 위험이 있다"라며 "확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관련해 오는 20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우리는 추가적인 군사 작전이 이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헤즈볼라는 전면전을 피하고 싶어 한다"라면서도 "(폭발 사건의) 규모를 고려할 때 더 강력한 대응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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