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유도부터 폭발물 설치까지…헤즈볼라 호출기 연쇄폭발 추측 난무

공급망 단계 조작 가능성…원격작동 스위치 내장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호출기 폭발 사건이 발생한 후 부상자를 이송하는 등 바삐 현장을 벗어나고 있다. 2024.09.1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레바논 전역에서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속 대원 및 의료진이 사용하던 무선 호출기가 연쇄 폭발해 9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부상하자, 폭발 요인 및 배후에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출기를 폭발시킨 방식으로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 신호를 통해 배터리 과열을 유도했거나 생산 단계에서부터 호출기 안에 폭발 장치가 설치됐을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사이버 기술혁신센터 수석 이사 마크 몽고메리는 "사이버 또는 무선 주파수 신호에 의한 의도적 물리적 결함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무사위 헤즈볼라 대변인은 "이 호출기는 이스라엘 적군에 의해 첨단 기술로 폭파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이버 보안 전문가 로버트 그레이엄은 "배터리를 과열시키는 것 이상의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믿을 수 없다"며 전기 신호 가설을 일축했다. 그는 대신 "누군가 폭발물을 내장하기 위해 공장을 매수했다는 것이 훨씬 더 그럴듯하다"고 주장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께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와 동부 베카에서 일련의 폭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레바논 외무부는 폭발을 "이스라엘의 사이버 공격"이라고 불렀지만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공하지 않았다. 레바논 정보부 장관은 이번 공격이 레바논의 주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토론토대학교 소속 디파쿤두르 전기·컴퓨터 공학부 교수도 공급망 단계에서 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가해자가 최종 공급업체 몰래, 호출기 공급망에 침투해 폭발물이 내장된 핵심 부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설치된 폭발성 부품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호출기에 장착돼 있다가 작동 메시지가 수신되면 폭발할 수 있다고 디파쿤두르는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은 인용해 헤즈볼라가 대만의 골드 아폴로사에 주문한 호출기가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 조작됐다고 보도했다. 두 관리에 따르면 약 28~57g에 불과한 폭발물은 호출기 배터리 옆에 부착돼 있었다. 이 폭발물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스위치도 내장됐다.

3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장치는 폭발 전 몇초간 "삐" 소리가 나도록 프로그램된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한 호출기의 제조사로 지목된 골드 아폴로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BAC 컨설팅 KFT가 자사 브랜드 사용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레바논 호출기 폭발 사건에 쓰인 호출기 모델을 생산했다고 해명했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올해 초부터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헤즈볼라는 폭발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계속해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이 "대량학살"을 저질렀다고 거들었다. 중동의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되면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오는 19일 호출기 폭발 사건에 대해 직접 연설하겠다고 예고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