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러에 미사일 제공해 '대리 세력'으로 활용할 수도"
"우크라전 장기화로 서방 관심 이란에서 돌리려 해"
이란, 러에 단거리탄도미사일 대량 공급…서방 제재
- 박재하 기자,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이창규 기자 = 이란이 최근 러시아에 단거리탄도미사일(CRBM)을 대량으로 공급한 배경을 두고 이란이 러시아를 서방 견제용 '대리 세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탄도 미사일을 배송받았으며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재무부 역시 이란의 러시아 탄도미사일 지원과 관련된 러시아와 이란 개인 10명과 6개 기업, 이란의 무기 부품과 무기 시스템 제공에 관여한 선박 4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그동안 러시아에 살상용 '샤헤드' 드론을 오랫동안 공급해 왔지만 탄도미사일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은 러시아를 강대국이 아니라 공동의 적과 싸우는 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리 세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즉,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관심을 이란에서 우크라이나로 돌리려는 심산이다.
마크 카츠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는 이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집중하는 만큼 이란을 상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은 그동안 러시아에 수호이(Su)-35 전투기와 S-400 방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 제공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무기 공급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카츠 연구원은 러시아가 이란을 견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직접적인 동맹보다는 대리 세력을 통한 영향력 행사를 선호한다는 점을 미뤄보아 러시아가 이란에 당장 첨단 무기를 이전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이날 이란의 러시아 미사일 제공과 관련해 이란과의 단교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을 부추기거나 연장하려는 모든 시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세계를 결속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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