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무기 판매 중단한 英…'도미노 효과' 나타날까[딥포커스]

"영국의 외교적 지원 변화 신호…이스라엘 명성 예전같지 않아"
대선 앞둔 美, 이스라엘 지지 고수…내부서 변화 분위기는 감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인 영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서방 국가들의 연이은 지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검토한 결과 국제 인도주의 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위반을 촉진하는 데 사용될 소지가 있다며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내준 이스라엘 수출 허가 350건 가운데 약 30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 중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한 수준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지난 2013~2023년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무기 수입은 미국이 6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독일(29.7%)과 이탈리아(4.7%)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이번 무기 중단 결정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넘어 외교적 지원의 변화를 나타내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총리로 취임한 후 노동당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보수당 정부와는 다른 노선을 보였다. 노동당 정부는 하마스와 연계 의혹을 받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이러한 변화와 함께 무기 판매 중단 결정은 다른 동맹국들이 (지지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바라 시반 부 연구원은 "영국이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원은 아니지만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서방 동맹국의 지원을 잃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따르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셰이크 라드완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건물 앞에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원이 서 있다. 2024.09.03 ⓒ AFP=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런던 퀸메리대학의 네브 고든 인권법 교수는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로 간주되는 국가(영국)가 '더 이상 무기를 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명성에 변화가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러한 정치적 변화는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 사이에선 이미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지난 1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2월엔 네덜란드가, 3월엔 캐나다가 무기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벨기에도 일부 지방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했다.

다만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영국의 무기 중단 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 능력을 계속 지원하며 인도법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영국의 무기 판매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물밑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도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높아지고 있는 종전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합의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이 조만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거나'(take it or leave it) 양자택일 방식의 최종 합의안을 제안하고 양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도 휴전 협상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전해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