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이제야 자유롭게 됐구나"…하마스 미국인 인질 눈물의 장례식

2일(현지시간) 하마스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추도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한 묘지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수천 명이 참석했다. ⓒ AFP=뉴스1
2일(현지시간) 하마스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추도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한 묘지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수천 명이 참석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수습된 이스라엘계 미국인 남성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에 수천 명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열린 장례식에서 허시의 부모는 아들에게 '드디어 네가 자유로워졌다'며 슬픈 축하를 했다. 추도객으로 참석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인질을 구하지 못한 것을 사죄하고, 총리를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예루살렘의 한 묘지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수천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인 제이컵 J. 류도 자리를 함께했다. 골드버그-폴린의 부모는 11개월간 아들을 다시 만나려고 다방면으로 로비를 벌이느라 고생했다. 이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만났다.

유대인의 애도 관습대로 찢어진 셔츠를 입은 골드버그-폴린의 어머니는 자신이 아들의 어머니가 된 것이 "엄청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무너뜨릴 거라 생각해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억눌렀던 지난 1년이 '고문의 오디세이'였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눈물을 참으며 "드디어, 내 사랑하는 아들아. 드디어, 마침내 너는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0 하마스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이 열렸다. 예루살렘의 한 묘지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수천 명이 참석했다. ⓒ AFP=뉴스1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은 라파의 땅굴에서 다른 5명의 시신과 함께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그를 죽였다고 말했고, 이스라엘 보건부는 검시 결과 인질들이 지난 29일과 30일 오전 사이에 근거리에서 총격받아 죽었다고 밝혔다.

23세인 골드버그-폴린은 현지 음악 축제를 보러 갔다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됐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7세 무렵에 이스라엘로 이사했다.

골드버그-폴린은 사건 당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공호에 숨었지만, 수류탄으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에 의해 포위됐고 결국 납치됐다.

이후 하마스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골드버그-폴린은 왼팔 팔꿈치 아래가 절단된 채로 픽업트럭에 실려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지난 4월 하마스가 공개한 또 다른 영상에서 "지옥에 살고 있다"며 생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한다"면서 "7살 때 이스라엘 국기를 두르고 이민 온 나라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한 듯,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를 할 것을 압박했다.

그는 "의사 결정권자들은 아직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 우리의 모든 아들과 딸, 형제·자매들을 데려오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치적 목표가 아니며 정치적 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국가인 이스라엘이 시민들에게 해야 할 최고의 도덕적, 유대적, 인간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