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들 데려와라' 이스라엘 "70만" 시위·노조 파업…네타냐후에 최대 압박
가자지구 땅굴에서 납치된 인질 시신 6구 수습
이스라엘 최대 규모 노조, 1년 반 만에 총파업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땅굴에서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되며 이스라엘에서 휴전과 인질 협상을 요구하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전시 내각의 내홍 속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국민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최소 70만 명이 휴전과 인질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으며, 텔아비브에서만 약 55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시위 주최 측에서는 이날 집회가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텔아비브에서 열린 가장 큰 시위라고 설명했다. CNN은 이스라엘 경찰에 시위대 규모 추산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시위대는 "우리는 그들(인질)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와 함께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한 인질 6명의 이름을 외쳤다.
또 시위대는 자신들을 막아 세우는 경찰에게 "경찰관님, 지금 누구를 보호하는 거냐"며 "비비(네타냐후), 당신은 인질을 죽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소품용 관 6개를 들고 행진하며 이스라엘군 본부 앞으로 몰려들었고, 주요 고속도로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수개월 동안 휴전을 요구하는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한 땅굴에서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시신 6구가 발견되며 촉발했다.
이스라엘 최대 규모 노동조합도 총파업을 예고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노조 히스타드루트의 의장인 아르논 바르다비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은 오전 6시 시작되며, 이스라엘의 주요 국제공항을 폐쇄하는 것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계속해서 시체 봉투를 받아 들고 있다"며 "파업만이 충격을 줄 것이고, 그래서 나는 내일 아침 6시부터 이스라엘 경제 전체를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총파업을 막기 위해 긴급 가처분 명령을 요청해 달라고 법무장관에게 요청했다.
히스타드루트가 총파업에 돌입한 건 지난해 3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네타냐후 내각이 추진하던 사법 개혁에 반발해 경질되자 전국적인 반(反)정부 시위가 일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다. 잇달아 휴전 협정을 체결하는 데 실패하며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고, 네타냐후 총리와 군부 지도자들 간 극심한 불화가 점차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데다 자신도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갈란트 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 이미 살해된 인질들에겐 너무 늦었지만 하마스에 포로로 잡혀 있는 이들은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며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갈란트 장관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주둔시키기로 한 전시내각의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이집트로부터 무기를 밀반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하마스와의 협상을 가로막는 주된 장애물로 여겨진다.
지난달 29일 네타냐후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에서 필라델피 회랑의 병력 주둔 방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갈란트 장관은 홀로 반대표를 던지며 "하마스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인질도 풀려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수습과 관련된 첫 성명에서 "인질을 살해하는 자들은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중재자들과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마스는 어떠한 제안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협상 결렬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위자는 CNN에 "비비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단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시위자도 "네타냐후는 너무 큰 피해를 줬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마음을 쓰는 다른 정치인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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