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뛰고 저리 뛰고"…중동 전운 속 '미국 외교' 빛났다
이스라엘과 이란에 '확전 불가' 메시지 전달
이란·헤즈볼라도 심각한 타격 우려해 전면전 확대에 '주춤'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란과 친(親) 이란 무장정파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화됐으나 아직까지 전면전으로 이어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확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푸아드 슈크르 헤즈볼라 최고사령관을 사살한데 이어 이튿날엔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했다. 이에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미국이 하니예 암살 이후 한 달 동안 이스라엘과 이란 및 헤즈볼라와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갈등이 확대되어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까지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 소식을 듣자마자 몽골로 가는 도중에 보안 전화를 통해 여러 국가 관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새로운 가자지구 휴전 회담 일정을 빨리 잡기 위해 이집트와 카타르의 지도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외교적 노력과 함께 군사적 행보도 (전면전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 이스라엘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란과 친 이란 무장단체의 보복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도 '강 대 강'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자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과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F-22 전투기'와 핵잠수함인 '조지아함'도 배치해 이란에 확전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지난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포착하고 선제공격할 조짐을 보였을 때도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헤즈볼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레바논 싱크탱크 말콤 H. 커 카네기 중동센터의 마하 야흐야 소장은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압박을 유지하면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지금보다 더 확대되고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 외에도 이란과 헤즈볼라가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입게 될 심각한 피해에 대한 우려도 확전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나데르 하셰미 중동 정치학 교수는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가진 능력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스라엘도 모든 것을 동원해 반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레바논은 현재 취약한 국가"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가자지구 휴전협상은 중동 정세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 하에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가졌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하셰미 교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수개월 동안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지역이 평온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미국의 외교 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는 중요한 지렛대를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해 미국의 압박을 통한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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