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핵협상 가능성 시사…美 "행동으로 보여라"(상보)

"美 대선에서 해리스 당선 대비 위한 매개변수 설정"
미 국무부 "이란, 핵 확산 중단하고 IAEA와 의미있는 협력 시작해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자도자가 27일(현지시간) 미국과의 핵 협상 가능성을 시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협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영상에서 "어떤 장소에선 같은 적과 관계를 맺는 것이 모순되지 않는다"며 "장벽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우리가 적에게 희망을 걸고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의 이날 발언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나왔다. 지난 6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실시된 선거에서 당선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비롯한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에선 하메네이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어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공약한 외교 정책을 얼마나 주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2015년 미국과 이란은 핵 합의를 통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핵 합의를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양국 관계는 경색됐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전쟁을 시작한 후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전쟁에 가담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화된 가운데 이란은 지난달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피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메네이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레이 타케이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이전 행정부의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협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것(하메네이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협상을 위한 매개변수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핵 합의를 지지하면서 현 행정부의 새로운 협상을 타결하려는 노력을 지지하는 입장이나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된 핵 합의 협상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반면 메흐자드 보루제르디 미주리 과학기술대학의 예술·과학·교육대학 학장은 "하메네이의 발언이 미국과의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대화에 청신호를 켠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몇 년간 하메네이의 공개 발언은 다소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하메네이의 발언과 관련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된 해결책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전히 보고 있지만,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하지 않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외교가 불가능하다"며 "이란이 진지함이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싶다면, 핵 확산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의미 있는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분열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 1~2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무기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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