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가자 휴전협상…'장밋빛' 아닌 '잿빛'인 이유[딥포커스]

도하 협상 빈손으로 종료…21일 재개 예정 카이로 회담 주목
네타냐후 "복잡" 하마스 "환상"…미 매체 "바이든 목표 불가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4.07.25.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박재하 김성식 기자 = 중동 지역 확전을 막을 카드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주 협상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진행된 협상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이 났다.

미국을 비롯한 중재국들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장밋빛 전망'을 언급하고 있으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당장의 실상은 '잿빛 엔딩'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이틀간 진행된 휴전 협상은 빈손으로 종료됐다. 중재국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협상에 나선 미국은 기존 '3단계 휴전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에 제안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단, 당일(16일)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협상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긍정적으로 회담이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제시된 조건에 따른 협상 타결을 위해 다음 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회담은 오는 21일 카이로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협상 완료 목표일은 25일까지로 파악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휴전 협상을 조율하기 위해 18일 이스라엘을 거듭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9번째 이스라엘행(行)이다.

블링컨 장관은 1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휴전 타결을 압박한다. 20일에는 이집트로 향한다.

이번 휴전 협상이 중요한 이유는 가자지구 휴전 타결이 중동 지역 확전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어서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본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관계 또한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졌다. 여기에 이스라엘 주도로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중동 지역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특히 하니예 사망은 하니예가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란의 분노가 극에 치달았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反)이스라엘 단체들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란이 즉시 이스라엘에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망됐으나 이란은 조건을 내걸고 한 발짝 물러섰다.

지난 1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가자지구 휴전 합의가 성사될 경우에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직접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한창인 가자지구 중부의 데이르엘발라의 도로변에 설치된 임시 난민 캠프에서 한 소년이 소형 트레일러에 앉아 있다. 2024.08.13.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보다 휴전 타결이 간절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돼 위신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11월 대선 전 중동 긴장을 정리하게 되면 자신의 재임 중 성과로 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막판까지 노력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기자들에게 가자전쟁 휴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당사자들은 여전히 냉랭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18일 바이든 행정부가 휴전 협상 과정이 "이제 최종 게임"이라고 언급한 것과는 다르게 "협상이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18일)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유연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며 "우리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주고받기만 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안팎에서 휴전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 인물로 여겨진다.

바이든 대통령과 반대로 자신의 지지 기반인 극우 파트너들이 어떤 휴전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는 전쟁을 어떻게든 끌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타결되려 할 때마다 새 제안을 추가함으로써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지게 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취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마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17일 "그것은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18일 하마스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대한 미국의 새 제안을 거부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골대를 옮기고 미국이 이를 방관했다"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백악관은 지난 며칠 동안 도하에서 열린 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당사자들에게 제시된 새로운 제안이 거부되면서 이번 주에 거래(협상)를 성사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관측했다.

지난 7월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후임으로 선임된 야히야 신와르. 2024.08.07. ⓒ AFP=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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