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내주 카이로서 재개…도하 타결은 물건너가(종합)

중재국, 이스라엘·하마스에 신규안 제시…기존 바이든표 '3단계 휴전안' 토대
하마스 "종전 생각 없이 시간 끌기" 반발…이스라엘은 '피랍 인질 석방' 촉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주거용 건물을 공습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한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길가를 걸어가고 있다. 2024.08.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가자전쟁 휴전협상이 내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관련 회담이 가까스로 열렸지만 결국 타결에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미국은 기존 '3단계 휴전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안을 휴전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에 제의했지만 양측의 이견은 여전하다. 휴전 중재국들은 일단 회담이 재개될 때까지 인도적 이행을 담보하는 휴전 세부 내용을 다듬기로 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6일 미국 백악관은 또 다른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이집트와 공동성명을 내고 도하 회담의 결과를 소개했다. 백악관은 먼저 "지난 48시간 동안 도하에서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회담을 가졌다"며, 회담은 "진지하고 건설적이었으며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도하에서 이집트와 카타르의 지원 속에 지난 5월 3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 원칙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735호에 부합하는 '가교 제안(bridging proposal)'을 양측에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가교 제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지난 한 주간 합의를 토대로 한다"며 "합의의 신속한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남아있는 이견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카타르·이집트 등 "3국 정부는 오늘 제시된 조건에 따라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다음 주 말까지 카이로에서 모일 예정"이라며 "더 이상 낭비할 시간도, 지연시킬 변명도 없다.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을 시작하며 합의를 이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실무팀은 앞으로 며칠간 이행 세부 사항을 위한 기술적 작업을 진행한다"며 주로 "인도적 조항에 관한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는 조율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의 새로운 휴전 제의에 하마스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거짓된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멈출 진정한 의도가 없고, 시간이나 벌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하마스는 휴전 협상 재개 소식에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시간 끌기식 협상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추가 협상 대신 이스라엘을 향해 기존에 논의됐던 3단계 휴전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이날 총리실 명의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지난 5월 27일에 제안된 인질 협상안을 받아들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국들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양측은 그간 물밑에서 휴전안을 주고받아 왔기에 정확히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하마스는 영구적인 휴전과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이스라엘은 하마스 피랍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인 휴전과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 귀향자 검문권,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의 필라델피 회랑 통제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도하에서 열린 휴전 회담은 하마스 대표단이 불참한 가운데 이틀간 진행됐다. 회담장에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다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압바스 카멜 이집트 정보국장 등이 참석했다. 대신 하마스는 그간 자신들의 협상 대표였던 대변인 카릴 알하야를 도하에 보내 중재국들과 회담장 밖에서 개별 논의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이 무장 장갑차량을 앞세우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배포한 것이다. 2024.08.13 ⓒ AFP=뉴스1 ⓒ News1 이창규기자

◇바이든 "휴전 가까워져"·블링컨 중동순방 시동…이란發 확전 막으려면 성과 시급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지만,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며 "징크스를 만들고 싶진 않지만,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 3일 전보다는 훨씬 더 가까워졌으니 행운을 기대하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해 도하 회담에서 이룬 진전에 대해 말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회담 재개를 앞두고 물밑 설득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17일 이스라엘 방문길에 오른다며, 이날 제시한 가교 제안이 휴전 협상 체결로 이어지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료들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이튿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휴전 중재국 공동성명에서 거론됐던 가교 제안의 기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백악관 연설에서 제안한 3단계 휴전안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면 6주간 휴전에 돌입하면 하마스 피랍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일부를 맞교환하는(1단계)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모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2단계) △폐허로 돌변한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사망 인질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하는(3단계) 과정으로 이어진다. 바이든표 휴전안은 지난 6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채택됐고, 이를 토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달 자신들의 역제안을 담은 수정안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던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숙소에서 피살되자 급물살을 탔던 휴전 협상은 또다시 중단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 역제안을 내놓은 것도 양측의 이견을 더 키웠던 상황에서 초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이에 미국, 이집트, 카타르 3개국 정상은 지난 8일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이튿날 이스라엘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재개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 1월 시작된 휴전 협상은 이처럼 재개와 결렬을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 예고와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협상 성과가 중요해졌다. 이란은 초대 손님이 안방에서 피살되자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지만 보름 넘게 실행을 미뤄왔다. 이를 두고 서방의 설득을 받은 이란이 가자전쟁 휴전이 성사되면 이를 명분으로 보복 계획을 폐기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동 확전을 막고 싶다면 서방이 먼저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전쟁 휴전을 촉구하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3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암 치료 프로젝트 행사에서 '가자전쟁 휴전이 이란의 보복을 막을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예상한다"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도 이번 협상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카타르의 수석 대표인 알사니 총리는 이날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과 통화해 도하 회담 결과에 대해 브리핑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번 통화에서 알사니 총리와 바게리 장관 대행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공동 중재 노력의 진전 상황을 검토하고, 역내 긴장 완화의 필요성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란인들이 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달 31일 피살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2024.08.01 ⓒ AFP=뉴스1 ⓒ News1 김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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