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英·佛에 "이란 공격시 반격 도와달라"…반응은 '싸늘'

3국 외무장관 예루살렘서 회담…佛 외무 "부적절한 발언" 직격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찬물"…英 외무는 서안지구 공격 규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외무부 청사를 방문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왼쪽),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오른쪽)과 손을 맞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외무장관은 고조되는 중동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동반 외교 행보에 나섰다. 2024.08.16 ⓒ AFP=뉴스1 ⓒ News1 김지완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문한 영국·프랑스 외무장관에게 이란이 공격할 경우 반격을 도와달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 피살을 계기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예고한 데 따른 요구다. 양국 장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재개된 만큼 외교적 해법이 우선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AFP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예루살렘 외무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과 3자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카츠 장관이 '이란이 공격하면 연합군이 방어뿐만 아니라 이란의 주요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도 이스라엘과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지난 4월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이스라엘 전투기가 폭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사상 처음으로 공습을 감행하자,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요르단·사우디 등과 함께 이란발 미사일·무인기(드론) 300여기를 요격하는 작전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방문하던 도중 피살되자 이란은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군사적 보복을 벼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위기인 상황에서 이날 카츠 장관의 발언은 영국과 프랑스에 중동 전쟁 참전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주르네 장관은 이날 예루살렘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안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우리는 이란의 보복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래미 장관은 카츠 장관의 발언에 즉답하지 않았지만, 대신 이스라엘 주민들의 서안지구 공격을 규탄했다. 그는 세주르네 장관 옆에서 취재진에게 "밤새 건물이 불타고 화염병이 자동차에 던져지고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는 장면은 혐오스럽다"며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판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안지구 서부에선 복면을 쓴 이스라엘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 4채와 차량에 불을 질러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지난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가자전쟁 휴전회담은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 예고와 맞물리면서 중동 확전을 막을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급부상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확전을 막고 싶다면 서방이 먼저 이스라엘에 가자전쟁 휴전을 촉구하라"고 말했다. 이날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은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통화에서 회담 결과를 전달받았다. 회담은 내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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