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레바논 떠나라" 경고에 엑소더스 행렬…항공료 3배 넘게 뛰어
"250달러 티켓, 수요 압박으로 700달러 될 것"
정작 레바논 국민은 높은 항공료에 못 떠나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독자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레바논 엑소더스'에 속도가 붙고 있다.
7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은 지난 4일부터 레바논 여행 자제는 물론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했다.
영국의 여행사인 플라이트 캐처스에 따르면 튀르키예 항공은 레바논에서 유럽행 항공편을 운항하는 유일한 주요 항공사이며, 다른 유럽 항공사들은 오는 15일까지 레바논 출발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항공편 좌석은 1700달러(약 234만 원)까지 치솟았다. 평균 510달러(약 70만 원)의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다음 런던행 항공편은 오는 11일로, 1320달러(약 181만 원)다.
레바논의 여행사인 바라카 여행의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 매체 더 내셔널에 "티켓 수요가 매우 높다"며 "시장 수용 인원의 약 20배"라고 말했다.
이어 "티켓이 250달러에 판매된다면 수요 압박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600~700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베이루트-라픽 알 하리리 국제공항에는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베이루트에서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메르 샤마스(55)는 워싱턴포스트(WP)에 "선택 폭이 좁고, 비용도 매우 비싸지만 사람들은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로 가는 항공편을 끊은 미레이유 말라켓(31)은 "상황이 정말 빨리 바뀌고 있다"며 항공권 예약을 위해 서둘렀다고 전했다.
레바논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온 미국 텍사스주(州) 출신 림 홈시는 더 내셔널에 "이전에 미국행 항공편은 1300~2000달러(약 180만~275만 원) 수준이었는데, 항공편이 3000달러까지 올랐다"며 "텍사스 오스틴으로 가려면 1만1000달러(약 1500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레바논 국민들은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레바논 인구 530만 명의 약 44%는 빈곤 속에 살고 있다.
WP는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로열 요르단과 같은 항공사가 (레바논에서) 요르단으로 가는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티켓 가격이 급등했다"며 "경제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많은 레바논 국민은 티켓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파리까지 가는 항공편은 편도 약 300달러(약 41만 원), 이스탄불까지 가는 항공편은 편도로 약 500달러(약 69만 원)다. 레바논의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122달러(약 17만 원)에 불과하다.
레바논에서 육로로 이동할 수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과 시리아뿐. 10년 넘는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레바논 시민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레바논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공항이 파괴될 경우 레바논으로 오는 길이 아예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의 휴가를 줄이고 지난 3일 레바논으로 돌아온 장 리아치(61)는 "우리는 2006년 일어난 일로 트라우마를 겪었다"며 "아무도 다른 나라에 갇힐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6년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전면전을 벌인 마지막 시기다. 당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국경에서 이스라엘군을 매복 공격해 3명을 사살하고 2명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 전투기가 베이루트 공항을 공격했고, 주요 도로와 다리를 폭격한 뒤 레바논 항구를 봉쇄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공방이 격화한 데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영토 내에서 암살당하며 이란이 조만간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가 이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이란보다 더 빠르게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며칠 내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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