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최고지도자에 '이스라엘과 전쟁 피해야' 간청"

이란 인터내셔널, 8일 소식통 인용보도…"페제시키안, 국내 경제붕괴 우려"
"간청 들은 하메네이, 별다른 반응 안보여…혁명수비대는 군사적 강경책 압박"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왼쪽)가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2024.0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자국 최고 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피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피살 사건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자제해 달라고 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이란 반(反)체제 매체인 TV 채널 '이란 인터내셔널'은 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하메네이와 만나 원치 않은 전쟁에 휘말릴 경우 이란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며 대(對)이스라엘 공격 자제를 간청했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할 경우 이란 내 기반 시설과 에너지 자원이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돼 이란 경제가 무너지고 체제 유지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간청을 들은 하메네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소식통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처럼 신중론을 펼친 건 군사·안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국익에 기반했기 때문이라고 두둔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성장을 공약했는데,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그간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6일 수도 테헤란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했을 때 "이란은 역내 위기를 확대하진 않겠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란은 적절한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며 중동 지역의 확전을 막고 싶다면 서방이 먼저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 전쟁 휴전을 촉구하라고 직격했다. 이날 소식통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하메네이 친위대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로부터 군사적 강경책을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하던 도중 숙소에서 피살됐다.

하메네이는 하니예 피살을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즉각 '이란의 군사적 보복은 의무'라고 천명했다. 여기에 이스라엘도 이란 공격 시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위기에 놓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30일(현지시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 중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만나고 있다. 2024.07.3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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