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레바논 영공 우회해야"…이집트·영국, 자국 항공사에 권고

이란-이스라엘발 확전위험 최고조…요르단은 착륙전 추가연료 권고
"이란으로부터 받은 군사 훈련 통지 토대로 비행 안전 위험 줄이기 위한 것"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무더기로 발사한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서 이를 요격하기 위한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자료사진>. 2024.04.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집트와 영국이 각각 이란과 레바논 영공을 우회할 것을 자국 항공사에 권고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군사령관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가 잇달아 피살되자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이란이 군사적 보복 예고한 만큼 각국의 권고는 보복이 임박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란도 군사 훈련을 이유로 주변국에 자국 영공 비행을 자제해줄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집트는 7일(현지시간) 항공고시보(NOTAM·노탐)를 통해 자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동안 이란 영공을 비행하지 말 것을 자국 항공사에 권고했다. 이집트는 "모든 이집트 항공사는 비행 정보 구역(FIR)상 이란 상공을 비행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지역을 비행하는 계획은 승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집트 민간 항공부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으로부터 받은 군사 훈련 통지를 토대로 비행 안전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항공부는 "이란의 군사 훈련은 이란 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오는 8일에는 오전 4시 30분부터 오전 7시 30분까지 이란 영공에서 시행된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이집트 국영 카헤라 뉴스 TV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당국이 '군사 훈련'을 명분으로 이란 영공 비행을 자제해 줄 것을 이집트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집트 항공 당국의 우회 권고는 3시간에 그쳤지만, 오는 8일에도 군사훈련이 예정된 만큼 추가 권고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항공 운항 정보를 공유하는 옵스그룹(OPSGROUP)을 설립한 마크 지는 로이터에 이집트 주요 항공사들은 이미 이란 영공을 피하고 있지만, 이번 권고는 저비용 항공사 및 전세기 운항에도 적용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이란 대리 세력 지도자들이 피살된 이래 지금까지 이란 영공 우회 지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국가는 이집트가 처음이라며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응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집트 항공 당국의 권고 직후 영국은 자국 항공사를 상대로 레바논 영공을 우회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은 이날 노탐을 통해 자국 항공사에 레바논 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오는 11월 4일까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비행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현재 레바논을 오가는 영국 항공사의 정기 항공편은 전무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하던 도중 숙소에서 피살됐다. 이란은 하니예 피살을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다.

여기에 이스라엘도 이란 공격 시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4일 요르단은 자국 공항에 착륙하는 전 세계 항공사들에 최소 45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추가 연료를 주유할 것을 당부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