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위기에 항공편 결항…이스라엘, 해외체류 자국민 전수조사

국영 엘알항공 증편에도 역부족…경유귀국 권고에 전세기 띄울 수도
네타냐후, 이란에 '혹독한 대가' 경고…NYT "피해규모 따라 대응할듯"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근교의 벤구리온 국제공항 활주로에 이스라엘 국영 항공사인 엘알의 항공기가 주기한 모습<자료사진>. 2020.03.1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이 해외 체류 자국민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수도 한복판에서 동맹 세력의 지도자가 피살된 데 분노한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군사적 보복을 천명하면서다.

확전 우려에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이 잇달아 결항하자 휴가철 해외로 떠난 이스라엘 국민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격에 철저한 대비와 반격을 예고했지만,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피해 규모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해외 체류 자국민들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미국 델타·유나이티드와 독일 루프트한자, 그리스 에게, 이탈리아 ITA 등 서방권 항공사들이 이스라엘 노선 운항을 중단하자 피해 파악에 나선 것이다.

대상자는 현재의 소재지와 직계 가족을 포함한 인적 사항을 작성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외무부는 설문조사 안내문을 통해 "이스라엘 귀국을 희망하는 시민과 그 가족을 위한 것"이라면서 "설문조사에 참여한다고 해서 항공편이 즉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결항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가 확인되면 이스라엘 정부가 각국 주요 도시에 전세기를 급파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국영 항공사인 엘알은 현재 자국민 귀국을 위해 노선을 추가로 편성했지만 다른 항공사의 수요까지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날 이스라엘 채널 12방송은 현재 약 10만명의 이스라엘인이 무더기 결항으로 해외에 갇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를 찾은 관광객들은 요동치는 중동 정세에 직장과 학교로 복귀하지 못할 걱정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아테네와 키프로스 등 인근국을 경유한 뒤 귀국할 것을 권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시 내각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의 모든 무기를 강력한 힘으로 타격하고 있다. 공격과 방어 모두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보복에 "대응할 것이며, 우리를 향한 어떤 침략 행위에 대해서도 어느 지역에서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르크를 사살했다. 31일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하던 도중 호텔 방에서 피살됐다.

이란은 하니예 피살을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다. 여기에 더해 사령관을 잃은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한 전의를 더욱 불태우고 있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반군은 이스라엘로부터 호네이다항을 공습받은 지 보름 만인 이날 해상 상선 공격을 재개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이 이란과 대리세력(헤즈볼라·후티반군),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다만 이날 NYT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면전에 나설지 여부는 이란의 보복 수위에 달려 있다며 지난 4월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습 때처럼 높은 요격률로 본토 피해가 미미할 경우 상황 관리에 돌입할 공산도 남아있다고 짚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헤르즐산 군사묘지에서 수정주의 시온주의 운동의 창시자인 지브 자보틴스키의 국가 추모식에 참가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04.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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