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니예 암살에 "복수가 의무"…이스라엘 "확전 의도 없다"(종합3보)

親이란 단체·아랍권, 이스라엘 규탄
美 "인지 못했고 연루되지도 않아"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진은 하니예가 지난 3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언론 컨퍼런스 중 발언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2024.03.2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됐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아직까지 하니예의 사망과 관련된 발언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친(親)이란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랍권 국가에서도 이스라엘 비난에 가세했다.

3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공격 시점은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한국시간 오전 7시30분)로 추정된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역시 성명을 통해 하니예가 테헤란 거주지에서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 중이었다.

하니예의 장례식은 다음 달 1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시30분) 테헤란대학교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이후 시신은 테헤란 남부 아자디 광장으로 운구된다. 앞서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도 테헤란대학교에서 치러진 뒤 시신이 아자디 광장으로 운구된 바 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28일 (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인의 승인장 수여식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7.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란 "복수하는 것이 의무"…親이란 단체·아랍권, 이스라엘 규탄

이란에서는 이날부터 3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이번 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은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함으로써 스스로 가혹한 처벌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이란 영토에서 살해된 하니예의 복수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이슬람공화국은 영토, 존엄성, 명예를 수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도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니예의 죽음으로 모든 저항 지역에서 지하드를 지속하려는 무자헤딘의 끈기가 강화됐으며 적과 맞서려는 결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드란 이슬람교도의 종교적 전쟁을, 무자헤딘은 지하드에서 싸우는 전사들을 일컫는다.

또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하니예를 '미국의 헤게모니와 이스라엘의 점령 프로젝트에 용감하게 맞서던 위대한 저항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표현했다.

마찬가지로 친이란 무장 세력인 후티 반군도 성명에서 "이란 테헤란 공습으로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를 살해한 것은 극악한 테러 범죄"라고 밝혔다.

후티 정치국원 모하메드 알리 알 후티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그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극악무도한 테러 범죄이며 법과 이상적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적었다.

이라크 내 가장 강력한 친이란 무장단체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은 하니예를 죽임으로써 모든 교전 규칙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이라크의 또 다른 친이란 무장단체 하라카트 알누자바는 이번 암살의 배후에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단체는 "시오니스트와 미국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암살은 우리의 결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휴전 협정이 진전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소셜미디어 X에 "회담이 진행 중인데 한쪽이 다른 쪽 협상 상대를 암살하면 어떻게 중재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며 "평화에는 인간 생명을 무시하지 않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집트 외무부도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지난 이틀 동안 가자지구에서 전쟁 종식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훼손했다"며 "이스라엘은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난 1월5일 텔아비브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1.5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이스라엘, 하니예 언급 않고 "확전 의도 없다"…美 "연루되지 않아"

이스라엘 측에서는 하니예에 대한 언급 없이 '확전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베이루트에서의 수행은 집중적이었고 질적으로 우수했다"며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여러분이 필요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여러분보다 높은 위치에서 우리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을 언급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 작전 책임자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측에서 공습 장소에 슈크르가 있었으나 그의 운명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은 하니예 암살에 미국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것은 우리가 알지도, 연루되지도 않은 일"이라며 "추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하니예의 죽음이 가자지구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추측하지 말라고 배웠다"고 일축했다.

중국은 이스라엘이나 이란, 하마스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암살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아랍 국가인 이란과 하마스와도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는 '정치적 살인'이라며 중동 지역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하니예가 부끄러운 암살로 사망한 것을 비난한다"며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을 지역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논평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