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1인자 하니예, 이란서 암살…중동 긴장 최고조(종합2보)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주거지 미사일 공습…"이란 밖에서 발사"
잇따른 대형 사건에 중동 격랑…확전 우려 최고조
- 박재하 기자, 김성식 기자, 김예슬 기자, 이창규 기자,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김성식 김예슬 이창규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됐다.
전날 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이 사살된 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하니예의 암살 소식까지 나오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하마스가 보복을 천명하고 이란 역시 자국 안보가 뚫린 상황에서 비상 대응에 나서며 중동 전체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하니예, 이란 수도 테헤란서 암살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운영하는 누르뉴스는 공격 시점에 대해 이날 오전 2시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역시 성명을 통해 하니예가 테헤란 거주지에서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 중이었다.
이란은 현재 최고 지도자 관저에서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누르뉴스는 하니예에 거주지에 공중 발사체가 떨어졌다고 보도했으며 레바논의 알마야딘 방송은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하니예 거주지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이 이란 밖에서 발사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니예의 암살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며 "지침 변경 시 대중에게 알리겠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서열 1위 하니예
하니예는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면서 총리에 올랐지만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주도하는 파타와의 갈등으로 해임됐다.
이후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파타를 몰아내고 일방적으로 통치하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이끌었다.
2017년 야히야 신와르에게 가자지구의 지도자 자리를 넘긴 하니예는 최근 카타르와 튀르키예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하마스의 정치 활동을 이끌어왔다.
특히 그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 카타르,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참여해 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하마스와 가까운 분석가 이브라힘 마드훈은 NYT에 하니예의 사망이 하마스에 "큰 타격"이라면서도 하마스가 완전히 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중동, 이스라엘 비판 한목소리
하니예의 암살에 중동 국가들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마무드 압바스도 "하니예의 암살을 비겁한 행위이자 심각한 긴장 고조로 간주하며 강력히 비난한다"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하니예의 피는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순교는 이란과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간 깊고 끊을 수 없는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와 같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세력도 가세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하니예의 암살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헤즈볼라도 하니예를 추모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사이가 틀어진 튀르키예도 비판에 나섰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이번 사건을 "부끄러운 암살"로 규정하며 "가자지구 전쟁을 중동 전체로 확산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우방 미국은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필리핀 방문 일정 중 기자들에게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외교의 여지와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대형 사건에 중동 정세 악화일로
불과 몇 시간 간격으로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중동 정세는 격랑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슈크르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약 9개월 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대치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전면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미국도 이날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주둔 기지를 공습해 카타이브 헤즈볼라 무장대원 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이끌던 하니예가 암살당하면서 수개월간 공전하던 휴전 협상이 또다시 결렬될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서 하니예의 암살로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누르뉴스는 하니예의 암살은 "이란의 억지력을 약화하기 위한 위험한 도박"이라며 "적(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는 것은 항상 대가가 따르는 행위다"라고 경고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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