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결국 베이루트 공습…헤즈볼라와 전면전 '일촉즉발'
헤즈볼라 군사령관 사살 주장…중동 정세 살엄음판
이스라엘 "보복 끝냈다"며 전쟁 의지는 없다 강조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축구장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군사령관을 사살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그 누구도 전면전을 원치 않고 있지만 단 한 번의 잘못된 계산으로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전 세계가 앞다퉈 자제를 촉구하는 모양새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주거지역을 공습했다.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에서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 등 1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골란고원 공격의 주동자로 지목한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측은 슈크르가 아직 생존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슈크르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약 9개월 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대치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그동안 이스라엘에 베이루트가 공격받으면 이에 대한 보복으로 텔아비브를 공격하겠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이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공격하면서도 대부분 병력이 모여있는 레바논 남부로 범위를 제한해 왔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만 표적으로 삼으며 공격 범위를 제한했으며 양측은 이를 토대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골란고원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과 슈크르의 사망으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살얼음판으로 변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확전 없이 적대 행위를 해결하려고 한다"라면서도 "이스라엘군은 모든 시나리오에 완벽히 대비하고 있다"라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레바논 국회의원이자 헤즈볼라 관리인 알리 아마르도 레바논 NBN 방송 인터뷰에서 "이 유혈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보복을 암시했다.
압둘라 부 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 역시 CNN에 베이루트 공격은 "반드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 역시 유사시 헤즈볼라를 방어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이스라엘을 강력히 경고했다.
다만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면전만큼은 피하기 위해 대응 방식을 미세하게 조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중동 외교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이스라엘은 베이루트 공습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실시한 골란고원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우방국에 분명히 전달했다"라며 "헤즈볼라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채널12 뉴스는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리는 보복을 끝냈으며 역내 전쟁을 시작할 의도가 없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공격에 대한 제한적 대응 차원에서 베이루트를 공습해 슈크르를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스라엘군이 별다른 비상 대응을 촉구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즉각적인 보복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라고 진단했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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