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베이루트 보복 공습…헤즈볼라 수장 '오른팔' 사살(종합)
골란고원 참사 보복 차원…3명 사망·74명 부상
헤즈볼라 사령관 슈크르 사살…전면전 위기 고조
- 박재하 기자,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군이 국제사회의 자제 촉구에도 3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에서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 등 1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골란고원 공격을 지휘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을 사살했다고 주장했으며 헤즈볼라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정면충돌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은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결국 베이루트 공습 단행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주거지역을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 공격으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실종자를 수색 중이라 사상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이후 성명을 내고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 (축구장의) 어린이 살해와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의 살해에 책임이 있는 지휘관을 겨냥해 베이루트에서 표적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헤즈볼라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번 공습이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공격의 배후로 헤즈볼라를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해 왔다. 특히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보복 공격을 승인하며 베이루트 공습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골란고원 공격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유엔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군사령관 사살했나?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으로 골란고원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한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슈크르는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로 그동안 이스라엘을 겨냥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지휘한 핵심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재무부는 슈크르를 미군 241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부상한 1983년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격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해 500만 달러(약 69억 원)의 현상금을 내건 바 있다.
이스라엘군 발표에 헤즈볼라 측은 슈크르가 아직 생존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레바논 안보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슈크르가 공습으로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중동 고위 안보 관계자는 슈크르가 이번 공격에 따른 부상으로 결국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위기 고조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도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베이루트 공습 이후 "우리는 확전 없이 적대 행위를 해결하려고 한다"라면서도 "이스라엘군은 모든 시나리오에 완벽히 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레바논 국회의원이자 헤즈볼라 관리인 알리 아마르는 레바논 NBN 방송 인터뷰에서 "적(이스라엘)은 저항군(헤즈볼라)이 이런 공격에 대해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라며 "이 유혈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보복을 암시했다.
이란과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저항의 축' 세력 또한 이스라엘을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
국제사회도 전면전을 우려하며 또다시 자제를 촉구했다.
지닌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군사적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외교적 해결책을 주문했다. 또 헤니스-플라샤르트 조정관은 "주요 대상자"들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고 덧붙였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스스로 군사 작전을 펼칠 권리가 있다면서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별다른 비상 대응을 촉구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즉각적인 보복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라고 진단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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