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일 대선 결선 투표…'개혁파 승리' 이변, 현실화될까
"지난 선거 보이콧한 국민들, 투표장 갈 가능성 있어"
대통령 바뀌더라도 사회·외교 정책엔 근본 변화 없을 듯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사망에 따라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유일한 개혁파 후보가 예상을 깨고 1위를 기록했다. 5일(현지시간) 1, 2위 후보가 맞붙는 결선 투표에서도 개혁파가 승리를 거머쥘지 주목된다.
2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국회의원이 전체 2450만여표 중 가장 많은 1041만5991표(42.5%)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4명의 후보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로 분류된다.
핵 협상 전문가인 사이드 잘릴리가 947만 표, 현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338만 표, 전직 법무부 장관인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가 20만 표를 얻었다.
페제시키안 의원은 42.5%를 얻으며 선두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는 하지 못해 오는 5일 페제시키안 의원과 잘릴리 후보 간 결선 투표로 최종 당선자가 결정될 방침이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40%로, 이란 대선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치러진 의회(마즐리스) 총선 투표율(41%)보다 낮은 수준이다. 결선투표에서는 투표율이 약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페제시키안 의원은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보수파 후보의 표를 일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잘릴리의 보수파 경쟁자였던 갈리바프에게 투표한 표의 약 절반이 페제시키안에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페제시키안 의원이 개혁파 지지자들과 지난 3월 의회 선거및 2021년 대선을 보이콧한 사람들의 표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이란에서는 경제·사회 문제에서 정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국민들이 투표에 나서지 않으며 매 선거마다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의원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핵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힌 반면, 잘릴리 후보는 핵 협상에 훨씬 강경한 입장이다.
아울러 그는 핵 협상을 타결한 주역인 온건파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외교 정책 고문으로 발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러시아와의 관계 재검토 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도 페제시키안 의원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자리프 전 장관을 고문으로 배치한 것은 그가 당선될 경우 핵 협상의 필요성 등 이란의 외교 정책이 얼마나 바뀔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보다 높은 종교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정체제인 이란에서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핵 협상 등 외교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긴 힘들 전망이다.
NYT는 "이란의 핵 정책과 주요 국가 정책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결정한다"며 "그는 정부가 미국과 간접적으로 접촉했다. 이러한 협상은 대통령이 누구이든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 퇴임 후 이란 사회가 다시 강경한 보수 노선으로 돌아선 전례를 본 이란 국민들이 또다시 개혁파에게 희망을 걸지도 미지수다.
온건·개혁파로 분류되는 로하니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당선되며 이란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제한이 완화하고 핵 협정 체결로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체결된 지 3년 뒤인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또 히잡을 어깨까지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완화됐던 사회적 제재 역시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1일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해 누가 승리하든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주 치러진 이란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지 않다"며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란의 근본적인 방향이 바뀌거나 이란 정부가 인권을 더 존중하고 국민에 더 많은 존엄성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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