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D-6, '美 관계 개선' 유일 개혁파 페제쉬키안에 쏠린 눈[딥포커스]

후보 6명 중 유일한 개혁파…여론조사서 3위
투표 독려가 관건…"누가 당선돼도 정책 변화 없어"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 후보가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서 웃고 있는 모습. 24.06.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란 대통령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6명의 후보자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이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예고한 마수드 페제쉬키안 의원이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셰나크트 분석센터가 지난 10~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지지율 28.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메네이 충성파'로 꼽히는 핵 협상 전문가인 사이드 잘릴리가 20%, 페제쉬키안 의원이 13.4%로 뒤를 이었다.

이란 인텔이 인용한 여론조사에서는 잘릴리가 36.7%, 갈리바프 의장이 30.4%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페제쉬키안 의원의 지지율은 28.3%로 드러났다.

앞서 이란 내무부는 지난 9일 선거를 감독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승인한 6명의 대선 후보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명단에는 갈리바프 의장, 잘릴리, 페제쉬키안 의원 외에도 전직 법무부 장관인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 현 부통령인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하셰미,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개혁파는 페제쉬키안 의원뿐이다.

잘릴리, 가지자데-하셰미 부통령, 자카니 시장 등은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 최종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당초 80명이 후보자로 등록했으나, 70여 명이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국경에 양국이 공동 건설한 댐 준공식에 참석한 후 헬기를 타고 수도 테헤란으로 이동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란 헌법 131조는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최대 5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선거 당국은 오는 28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7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선거 TV 토론에 참여한 마수드 페제쉬키안 대통령 후보. 24.06.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페제쉬키안, 핵 합의 강력 지지·美 관계 개선

후보자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단연 페제쉬키안 의원이다. 심장외과 의사 출신인 그는 이란 역사상 첫 개혁파 대통령인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하에서 1997년 보건부 차관으로 합류하면서 정계에 몸을 담았다. 이후 보건부 장관과 의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페제쉬키안 의원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강력히 지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서 촉발한 반(反)체제 시위 기간에도 국영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정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아울러 그는 핵 협상을 타결한 주역인 온건파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외교 정책 고문으로 발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러시아와의 관계 재검토 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는 페제쉬키안 의원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자리프 전 장관을 고문으로 배치한 것은 그가 당선될 경우 핵 협상의 필요성 등 이란의 외교 정책이 얼마나 바뀔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24.03.01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투표 독려가 관건…"누가 당선돼도 정책 변화 없을 듯"

이란 국민들은 경제 비관, 히잡 시위 이후 정부를 향한 분노 등으로 선거에 대한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치러진 의회(마즐리스) 총선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에서 투표율은 41%에 머물렀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표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29%에 달한다.

결국 개혁파의 과제는 국민들에게서 얼마큼 표를 더 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혁파는 이란의 많은 유권자들이 제재 완화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절실히 원하고 있으며 히잡법을 포함한 정권의 사회적 제한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페제쉬키안의 과제는 선거에 대한 믿음을 잃은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설득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거나 최소한 2차 투표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7월5일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개혁파 1명과 보수파 5명이 맞붙는 만큼 보수파의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보수파 후보 2명이 기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아제르족의 표심도 집결할 수 있다는 점도 페제쉬키안 의원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이란 서부 아제르바이잔주(州) 마하바드에서 태어났는데, 이 지역은 아제르족과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란 내 아제르족은 1000만 명 정도로, 이란 전체 인구의 약 8분의 1을 차지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 국민들의 정치 환멸을 고려했을 때 페제쉬키안 의원이 당선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외교정책포커스(FPIF)는 "선거 결과는 결코 미리 결정되지는 않지만, 갈리바프는 결선투표를 통해 이란의 다가오는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고 적었다.

또한 대통령보다 높은 종교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정체제인 이란에서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현재의 외교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긴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FPIF는 "이란 행정장관의 교체만으로는 이란 외교 정책의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세 명의 선두 주자 중 누가 이란 선거에서 승리하든 이란의 외교 정책은 가까운 미래에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짚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