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순례'된 이슬람 하지…50도 넘는 폭염에 550명 사망
이집트 사망자 323명…무비자 순례자 늘어 캠프 마비된 게 원인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하지(Haji·성지순례)'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 때문에 죽음의 행사가 됐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인 하지, 즉 메카 성지 순례 기간 55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 그 가운데 323명이 이집트인이었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아랍 외교 관리들은 올해 하지 동안 이런 희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인은 대부분 열 관련 질병이었다.
외교관 중 한 명은 가벼운 군중 충돌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한 명을 제외하고 "그들 모두가 더위 때문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사망자 수는 메카의 알무아셈 인근 병원 영안실에서 집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요르단인도 최소 60명 목숨을 잃었다. 이는 이날 오전 요르단이 발표한 공식 집계인 41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AFP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더 많다. AFP는 총사망자 수가 577명에 달한다고 보았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는 지난 17일 메카 그랜드모스크(알하람 모스크)의 기온이 51.8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사우디의 한 연구에 따르면 메카 순례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 주로 순례 의식이 행해지는 지역의 온도는 10년마다 섭씨 0.4도 상승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열사병 등으로 고통받는 순례자 2000명 이상을 치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지난 16일 이후 그 수치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망자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최소 240명의 순례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인이었다.
하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우디가 발행하는 공식 하지 비자를 발부받아야 한다. 그런데 비용이 많이 들어 많은 순례자가 비자를 받지 않은 채 다른 경로로 하지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들 순례자는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에어컨 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그래서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 사망자 중 이집트인이 많은 이유는 올해 유독 무비자 이집트 순례자들이 많이 들어와서라고 한 이집트 관리는 설명했다. 무비자 순례자들이 이집트 순례자 캠프에 큰 혼란을 야기시켜 사람들이 오랫동안 음식물과 물, 에어컨 없이 지낸 것이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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