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양상…"전쟁의 안개가 짙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에 북부 접경지 주민들 고통
"전쟁으로 마침표" 여론 증가…국제사회 수습 안간힘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 갈등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전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측 간 교전으로 피란민 신세가 된 수만 명의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이 8개월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헤즈볼라의 공격이 점점 더 강화돼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정부는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멈추고 6만명 이상의 피란민을 고향에 돌려보내라는 국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접경지역에서 교전을 벌여왔다.
초기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타격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보복하는 소규모 교전에 그쳤다.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 간 무력 충돌을 격해졌고, 급기야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병력이 집중된 레바논 남부를 넘어 더 깊숙한 곳을 타격하며 헤즈볼라의 간부들을 직접 사살하기도 했다.
이러한 군사작전이 또다시 헤즈볼라의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지고 보복이 보복을 낳으면서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은 이제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WP는 전했다.
자신을 리론이라고 소개한 한 이스라엘군 병사는 WP에 "매주 공습이 더 빈번해지고 강렬해지고 있다"라며 "우리 주변에 전쟁의 안개가 짙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부와 군 지도부는 최근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5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방문해 "우리는 국경에서 매우 강력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북부의 안보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총사령관도 지난 4일 헤즈볼라의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8개월 넘게 계속된 교전으로 고향을 떠난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어 신문 마아리브가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62%가 "헤즈볼라에 대한 결정적인 공격을 지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바논 접경 허페이쉬 마을 주민 와엘 아메르는 WP에 "외교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헤즈볼라는) 우리를 표적으로 삼고 있고 여기는 안전하지 않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헤즈볼라가 접경지역을 넘어 이스라엘 영토 더 깊숙한 곳을 타격하기 시작한 점도 전쟁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경에서 40㎞ 떨어진 이스라엘 북부 나사렛을 드론으로 타격했는데, WP는 이를 두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정교한 방공망을 뚫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유엔과 미국은 전면전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이러한 교전은 역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광범위한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라고 긴장 완화를 주문했다.
매슈 밀러 미(美)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5일 "우리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민 모두의 추가 인명 손실로 이어지고 이스라엘 전반의 안보와 지역 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분쟁의 확대를 보고 싶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날 헤즈볼라의 고위 야전 사령관 탈렙 압달라를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아부 탈렙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이스라엘이 사살한 헤즈볼라 인사 중 최고위 간부로, 지난 1월 이스라엘군 공습에 사망한 고위 사령관 위삼 타윌보다 높은 직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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