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물 마시며 버티는 가자인들…어린이 정신건강도 '빨간불'

WHO, 검문소 개방 촉구…어린이 '외상후스트레스'도 우려

영양실조에 걸린 가자 지구 어린이ⓒ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도적 구호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이 하수도 물을 마시고 동물 사료를 먹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이 지역 책임자가 4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면서 구호 트럭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을 즉시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WHO 동지중해 지역 책임자인 하난 발키는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보건 의료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고 지속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동물 사료를 먹고 풀을 먹고 하수도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구호 트럭이 들어오지 못하고 라파 외곽에 정차해 있어 어린이들은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유엔은 가자지구에 기근이 다가오고 있으며, 인구의 절반 정도인 110만 명이 재앙적인 수준의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해 왔다.

유엔 인도주의 기구인 인도지원조정실(OCHA)도 이날 접근 제약으로 인해 "가자 전역에서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안전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5월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전했다.

OCHA에 따르면 현재 주로 이스라엘과 교차하는 케렘 샬롬을 통해 소량의 원조 물품만 들어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뿐 아니라 전투와 폭격이 계속되고 잔해로 도로가 가득 찬 것도 구호물자 트럭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

발키 책임자는 이스라엘에 국경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케렘 샬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해상 통로 이용과 공중 투하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효과적인 육로가 이미 존재하고 통행로 밖에 트럭이 줄지어 서 있는 상황에서 검문소 개방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발키는 특히 이스라엘이 이중 용도, 즉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의료 장비의 차단에 대해서 불만을 표했다. 또 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의학적 대피가 필요한 사람들이 1만1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은 매우 복잡한 외상을 보인다"면서 "복합 골절, 다약 내성성 유기체, 팔다리가 잘린 어린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선 매우 복잡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긴급적으로 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이집트 등으로 대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WHO는 이스라엘이 5월 초 라파 공격을 시작한 후로는 이 의료적 대피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소아 전염병 전문의이기도 한 발키는 현재 상황이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정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화염과 파괴 상황을 보고 들었던 어린이들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S)이 크게 발생할 것이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평화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