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고갈, 밀가루 먹이고 있어"…가자지구 아이 영양실조 '끔찍'
라파에서도 영양실조 사례 등장…WHO "아이들 굶주리고 있어"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았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아이들의 영양실조는 특히 전쟁 초기에 구호품을 받지 못했던 가자지구 북부에서 만연해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38세 아미라 알 타웰은 아들이 영양실조로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서 자신이 약국을 샅샅이 뒤졌지만 배고픔을 달래줄 우유를 단 한 병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의 아이는 치료와 우유가 필요하지만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우유가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대신에 밀가루를 먹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병원에서 자식을 입원시킨 또다른 어머니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아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했다.
돌출된 뼈 위로 피부가 늘어진 사이프의 어머니 노하 알 칼디는 "우리는 이곳에 와서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밤새도록 아이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고 했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위기가 불거지면서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도 어린이 영양실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소아과 의사인 하젬 모스타파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해 어린이들에게 음식, 특히 우유가 공급되지 않아 신체가 심각하게 약해지고 성장이 매우 부진하며 수많은 질병에 감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우유 지원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자지구 내 영양실조 상황은 심각 수준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려하고 있다. 마가렛 해리스 WHO 대변인은 성명에서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또한 가자지구 내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증가하는 이유는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구호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6개월~2세 영유아의 영양 실태 조사 결과 85%가 사흘간 하루 평균 한 끼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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