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국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커지는 휴전 압박과 '두국가 해법'
프랑스24 전문가 인터뷰…"팔 영토 및 자결권 인정한 것"
"향후 팔 건국에 협상력 제공…팔 존재 정당화해 휴전 압박"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스페인·아일랜드·노르웨이가 예고했던 대로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승인했다. 개별국의 인정만으로 팔레스타인 건국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강행하는 이스라엘로선 갈수록 커지는 휴전 압박에 직면하는 모양새다. 또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받아들이는 국가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간 논의된 '두 국가 해법'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는 이날 2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유럽 3국의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이 갖는 의미와 전후 전망을 심층 보도했다. 먼저 셀린 바르데 국제범죄 수사관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팔레스타인을 다른 모든 국가와 동등한 지위에 올려놓는 것"이라며 "이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두 국가 해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르데 수사관은 이어 "팔레스타인은 2012년부터 유엔의 옵서버 국가이며 이미 많은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건국을 위한) 더 많은 협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별개의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이다.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으로 출범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현재 보장된 제한된 자치권을 넘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신생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시작된 양측의 오랜 긴장 관계를 해소할 해법이란 평가를 받지만,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반대에 부딪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계기로 가자지구에서 7개월 가까이 전쟁을 벌이게 되자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요한 수피 전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UNRWA) 법률사무소장은 이날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팔레스타인인들과 그들의 자결권, 그들이 영토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를 인정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수피 소장은 이어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미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은 독특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아직 유엔의 정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 국가가 유엔에 정식으로 가입하려면 유엔 헌장에 따라 회원국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팔레스타인은 이미 그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
유엔 정회원국이 되려면 먼저 안보리의 추천을 받은 뒤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안은 지난달 18일 안보리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미국이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 이와 별개로 지난 11일 유엔총회에선 193개 회원국 중 찬성 143표, 반대 9표, 기권 25표로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자격 인정 결의가 채택됐다. 유엔총회 결의는 안보리와 달리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친다.
두 전문가는 유럽 3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한 시점에도 주목했다. 바르데 수사관은 "국가 승인은 국제 공법상 행위이지만 동시에 정치적 행위"라며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의 입장과 존재를 정당화하고 휴전 협상을 타결하도록 압박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수피 소장은 "평화 프로세스에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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