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제재로 헬기 결함, 대통령 사망"…美 "악천후에 왜 헬기 비행"
이란 전 외무 "제재로 부품 못 구해 헬기 추락"
美 "아무런 역할 안 해…노후 헬기 띄운 이란 탓"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란 내부에서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20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 방송에 출연해 자국에 제재를 가한 미국에 이번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항공기와 부품 판매를 금지하고 이란 국민이 좋은 항공 시설을 누릴 수 없도록 했다"라며 "이는 이란 국민에 대한 미국의 범죄 목록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탑승한 헬기는 미국산 '벨-212' 기종으로, 1968년 처음 생산돼 1998년 단종된 노후 기종이다.
이란은 이 헬기를 서방과 척지는 계기가 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그동안 국제 제재로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자리프 전 장관은 이번 사고가 미국의 제재로 일어났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주장이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국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라며 "현재로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 측의 조사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기계적 결함, 조종사의 실수 등 여러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라프 전 장관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라며 "슬프게도 이란 정권이 스스로 만든 문제에 대해 또다시 미국을 비난할 방법을 찾는 것은 놀랍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악천후로 묘사된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비행하기로 결정한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니라 이란 정부에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란 당국은 이번 헬기 추락 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기체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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