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사…"이스라엘과 갈등서 오판 위험 증가"
국제위기그룹 이란국장 "이란-이스라엘 관계에 불확실성 증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이미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더 큰 격랑 속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그의 죽음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존재했던 모호성에 불확실성을 더했으며 오판의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통해 전쟁에 개입해 왔다.
이 갈등은 홍해와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내 다른 지역으로도 번졌다. 급기야 지난달 이란은 이스라엘과 서로 본토를 향한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다.
일각에서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고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바에즈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이후 이란은 역내 적국들이 기회를 엿보고 선을 넘어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나 다른 나라들이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을 이란에 대한 공격을 검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는 이란에 안보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이란은 내부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아지지는 "(이란) 내부적으로 억압이 증가할 것"이라며 "대통령 보궐 선거가 있기까지 아마도 사회적·정치적 활동에 대한 더 엄격한 통제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 또한 내부 단속 대상이다. 이란 테헤란의 한 기자는 라이시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뒤 정보 당국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 기자는 라이시의 죽음을 두고 '순교했다'는 표현이 아닌 '살해당했다'는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았다.
이 당국자는 기자에게 "당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거나, 당신의 소셜미디어(SNS) 활동에 잠재적인 법적 문제가 발생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게시물의 삭제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은 이란의 대외관계 노선에 그 어떤 변화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강경 반미주의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중요한 외교 정책 기조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메네이는 국영TV 연설에서 "이란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여론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WP는 "라이시 대통령은 독립적 행위자가 아닌 하메네이의 명령 집행자로 여겨졌다"며 "이란 관리들은 국가의 방향에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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