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본토 타격에 내부선 시위…'설상가상' 이란, 대통령도 사망
라이시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 확인
중동 불안·히잡 시위 등 위기…"격동의 시기 진입"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갈등, 히잡 시위와 경제 위기 등 국내외적으로 전례없는 불안을 겪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하는 초대형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20일 로이터통신은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라이시 대통령과 그와 함께 헬기에 탑승한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부 장관 등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메흐르 통신도 "헬기 탑승자 전원이 순교했다"라며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은 이란이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CNN은 평가했다.
이란은 지난 7개월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인한 격랑의 중동 정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이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사실상 대리군인 '저항의 축'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급기야 지난달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관계자가 사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전례없는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일주일 후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중부 내륙 이스파한 외곽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란 측은 피해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으로 맘만 먹으면 이란 깊숙이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양국 간 정면충돌은 일단락됐으나 가자지구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과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란에서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마흐사 아마니의 사망을 계기로 젊은 층 주도의 '히잡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바 있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과 이란 당국은 이를 미국의 선동으로 규정하며 유혈 진압했다. 이때문에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이란 당국은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커진 반정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히잡 단속을 다시 강화했다.
아울러 이란은 수년간 지속된 미국 주도의 제재로 경제 침체를 겪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여파로 지난 3월 이란의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인플레이션율은 종종 3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문가인 아라쉬 아지지 클렘슨대 선임 강사는 CNN에 라이시 대통령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파벌 간의 권력 투쟁은 확실히 더 치열해질 것이다"라며 이란이 '격동의 시기'에 접어들 전망이라고 전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