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집트, 가자 구호차질 두고 '네탓 공방'…라파선 첫 유엔직원 사망
이스라엘 "인도적 위기 해결해야"…이집트 "책임 전가하는 시도 규탄"
라파 검문소 통제에 구호품 트럭 차단…UNRWA "8일간 45만명 라파 탈출"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구호 활동에 차질을 빚어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네 탓 공방'을 주고 받았다. 피란민이 집결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유엔 관계자가 목숨을 잃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는 이제 이집트 친구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 및 독일 측과 라파 검문소 운영 재개를 위해 이집트를 설득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탈리아와도 이날 밤 관련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라파 동부 지역 주민 10만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린 이스라엘군은 라파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인 데 이어 7일부터는 전차를 보내 라파 검문소 내 팔레스타인 통제 구역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집트는 자국과 맞닿은 검문소를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구호품 트럭의 검문소 통과를 차단했다. 여기에 라파와 이스라엘을 잇는 케렘 샬롬 검문소도 폐쇄되면서 가자지구는 외부 원조로부터 단절된 상태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성명에 이집트는 즉각 발끈했다. 이날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가 직면한 전례 없는 인도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이집트에 전가하려는 이스라엘 측의 필사적인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스라엘 통제 하에 있는 육상 항구(라파 검문소)를 통해 원조가 들어올 수 있도록 다시 허용함으로써 (가자지구) 점령 세력으로서의 법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날 라파에선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에 구호 활동 중이던 유엔 직원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AFP 통신에 따르면 롤란도 고메스 유엔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사망한 직원은 인도 국적이며 전날 라파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피격돼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현지 주민이 아닌 유엔 관계자가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AFP 서면 질의에서 라파 내 유엔 차량을 공격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초기 조사 결과 전투 지역으로 공포된 지역에서 차량이 피격됐다"며 "차량의 경로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고메스 대변인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자 지금까지 이곳을 탈출한 피란민은 45만명으로 늘어났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의 대피령 이후 8일간 45만명이 라파를 떠났다며 "가자지구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휴전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UNRWA는 11일 15만명, 12일까지 30만명이 라파를 탈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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