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전차, 라파 동부지역 포위…하마스 매복공격 '시가전' 양상
로이터 "도로 점령·교전 소리 들려…전차, 시내외곽까지 수㎞ 침투"
악시오스 "안보내각, 작전확대 승인"…美 지원중단 경고에 '홀로서기'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군 전차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로 향하는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주요 거점 도로를 점령해 라파 동부 지역을 포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에 출몰한 이스라엘군 전차를 매복했다는 하마스 측 주장까지 나오면서 양측이 본격적인 라파 시가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라파 주민들을 인용해 이날 이스라엘군 전차가 라파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살라 후딘(Salahuddin)' 도로를 점령해 라파 동부 지역을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주민들은 주로 라파 북동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교전에 따른 폭발음과 총격을 들었다고 로이터에 증언했다.
하마스도 이날 라파 동부의 모스크 근처에서 이스라엘 전차를 매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동부에서 여러 개의 터널 갱도를 발견했으며 전투기 공습 지원을 받은 지상 병력이 하마스 무장대원과 근접 전투를 벌여 여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주민 증언과 양측 발표를 종합해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과 접한 라파 동부에서 라파 시내 외곽까지 수㎞를 침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라파 지상 작전 확대를 일부 승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베나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9일) 밤 소집한 안보내각 회의에서 라파 작전의 '신중한 확장(measured expansion)'이 승인됐다고 전했다. 승인된 작전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식통 3명 중 2명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긴 것으로 평가했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4개 대대를 소탕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2월부터 마지막 남은 미수복지 라파 침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6일 라파 동부 주민 10만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발령한 뒤 일대 공습을 재개했고, 7일에는 이집트와 라파를 잇는 라파 검문소에 전차를 보내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되는 검문소까지 전차가 진격하자 라파를 상대로 한 제한적 규모의 지상 작전이 시작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인명피해를 우려한 바이든 대통령은 8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라파 침공을 강행할 경우 '레드 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해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게재해 "필요하다면 손톱만으로도 싸워야 한다. 홀로 서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미국의 지원 중단에도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직후 전시 내각, 안보 내각 회의를 연이어 소집해 바이든 대통령 경고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렸던 휴전 협상은 또다시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8일부터 카이로에서 하마스 피랍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하기 위한 휴전 협상을 재개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스라엘은 이튿날 카이로를 떠났다. 이날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중재국들의 제안을 이스라엘이 거부함에 따라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