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구 "이스라엘군 작전에 라파서 사흘간 8만명 대피"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다른 안전지대 전무…즉각 휴전해야"
라파 공습· 검문소 전차 장악…美 이스라엘 무기지원 중단 경고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과 피랍 인질 석방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화한 가운데 지난 사흘간 피란민 8만명이 라파를 탈출한 것으로 유엔 기구에 의해 집계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이 강화된 지난 6일 이후 지금까지 약 8만명이 피난처를 찾아 라파를 떠났다"고 밝혔다.
UNRWA는 이어 "피란민 가족들이 받는 피해는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서 "이들이 안전한 다른 곳은 가자지구 어디에도 없다. 지금 바로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계속된다면 가자지구에 남은 마지막 도시 라파도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월부터 라파에 남은 하마스 4개 대대를 소탕해야 한다는 이유로 라파 침공을 예고해 왔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라파에 머물고 있는 만큼 대규모 인명피해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라파 침공을 만류했다.
그럼에도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한 데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장병 3명이 숨지자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지역 주민 10만명을 대상으로 라파 북쪽 칸 유니스와 알 마와시 내 '인도주의 구역'으로 즉각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같은 날 하마스는 카타르·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철수와 적대 행위 영구 중단 등의 조건에 난색을 표했던 이스라엘 총리실은 휴전안에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며 채택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은 6일부터 라파 일대 공습을 재개했고 7일에는 이집트와 라파를 잇는 라파 검문소에 전차를 보내 통제권을 장악했다.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되는 검문소까지 전차가 진격하자 라파를 상대로 한 제한적 규모의 지상 작전이 시작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라파 침공을 시작할 경우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미 국방부는 지난주부로 폭탄 3500발의 이스라엘 수출 선적이 중단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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