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이냐 정치 생명이냐"…네타냐후의 '도박' 시작됐다
하마스 수용한 휴전안, 네타냐후는 '거부'…132명 인질 생사 불투명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도박이 시작됐다. 잔혹한 전쟁을 중단하란 거센 여론에 못 이겨 종전을 선언하면 가자지구에서 억류된 인질을 구출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하마스 소탕'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야권의 견제 속 커리어 몰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피난민 100만여 명이 궁지에 내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강행할 경우 동맹국인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할뿐더러 인질들의 생사도 불투명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 132명의 운명이 네타냐후에게 까다로운 딜레마를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하마스는 전날 중재국들의 협상안을 받아들여 휴전 협상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네타냐후는 이 협상안엔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조항이 대거 삽입됐다며 협상안을 거부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딜레마에 빠진 네타냐후는 현재 '투트랙' 전략을 취하며 시간을 벌고 있는 양상이다. 이스라엘군엔 '제한된 지상작전'을 개시하라고 명령하는 반면, 대외적으론 하마스와 협상을 지속 중이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하기 위해 '실무급' 협상팀을 이집트에 파견한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타냐후는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를 내건 도박을 시작하게 됐다고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FT는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은 미국, 유럽연합(EU)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국제적 비난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이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위험지대로 내모는 행위가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저항"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집트에서 망명 중인 가자자지구 알 아자르 대학의 음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는 "하마스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지만, 이것은 네타냐후 역시 마찬가지다. 하마스가 모종의 협상을 수용했기 때문에 네타냐후는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의 작전국장을 지낸 퇴역 장군 이스라엘 지브는 "정치적으로 네타냐후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만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는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개시해야 하고, 그에 따른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타냐후의 전 미디어전략가를 지낸 나다브 슈트라우츨러는 "네타냐후는 내각, 국민 여론, 인질의 생사,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가자지구 전쟁 지속이란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안보적으로 모두 얽힌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휴전 협상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던 지난 주말 이후 네타냐후에겐 극적인 정치적 반전이 생겼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협상이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네타냐후 내각은 하마스의 휴전 제안을 거부하고 라파를 진격한 것"이라고 했다.
전직 좌파 의원이자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참모차장을 지낸 야이르 골란은 '네타냐후가 라파를 침공하는것이 인질협상을 타결하도록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 위한 전술'이라면 그는 네타냐후의 대응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골란은 "네타냐후는 과거 협상에서도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일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네타냐후가 정말로 협상을 원하는가인데, 그가 정치적 동기로 협상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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