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규모 지상작전 결국 강행하나…휴전 타결 지연에 긴장감

라파·케렘 샬롬 검문소 점거…구호품 반입 차질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계속되지만 여전히 평행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 검문소에 이스라엘 탱크가 보인다. 2024.05.0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피령을 내리고 검문소까지 장악하면서 지상군 투입 수순을 마쳤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라파 지상 공격을 극구 반대하며 하마스와 끝까지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이견만 드러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더는 갈 곳이 없는 피란민들과 라파 봉쇄로 구호품 전달이 막혀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팔레스타인 쪽 라파 검문소를 점령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검문소에 401기갑여단의 탱크를 투입해 장악했고, 이 과정에서 20명의 무장 괴한을 사살하고 3개의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해 검문소가 테러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남부 케렘 샬롬 검문소를 지나고 있다. 2024.03.14/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는 그 일대에 몰린 140만여 명의 피란민을 위한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들어오던 주요 통행로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이곳을 장악하면서 이미 구호품 부족에 시달리던 피란민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로 향하는 통행로이자 구호품이 반입되던 케렘 샬롬 검문소를 이미 폐쇄했다. 지난 5일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로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사망하자 취한 조치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완전히 차단하고 일부 지역에 대피령까지 내리면서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측은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실패한다면 '제한된 작전'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검문소 점령을 규탄하며 저마다 비판 성명을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 검문소의 폐쇄는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특히 더 해를 끼치고 있다"라며 이스라엘에 검문소를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스라엘군의 검문소 봉쇄는 "용납할 수 없다"라며 케렘 샬롬 검문소는 이르면 오는 8일 다시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먼지 구름이 일어나고 있다. 2024.05.0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막판 휴전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 대표단의 휴전 협상이 재개됐지만 양측은 여전히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수용하겠다는 최신 협상안이 이스라엘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며 남은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여전히 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하마스 측은 AFP에 이번 휴전 협상이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인질을 석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으며,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휴전 협상은 없다고 맞섰다.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협상 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남은 이견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야 한다"라며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계속된 라파 공습과 검문소 봉쇄가 휴전 협상을 방해할 뿐이라며 자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자 주민들이 차량에 짐을 잔뜩 실은 채 인근 칸 유니스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4.05.0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한편 이렇게 휴전 협상이 공전하면서 라파 주민들은 곧 닥쳐올 공격에 두려워하며 이스라엘이 설정한 '안전구역'으로 지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처음에 하마스가 휴전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에 기뻐했다던 라파 주민 아부 아운 알나자르는 AFP에 "그 형언할 수 없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라며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우리의 기쁨을 앗아갔다"라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저마다 짐을 챙기며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한 해안가 마을 알마와시로 이동 중이지만 이곳도 이미 포화 상태라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