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 맹비난…"팔 문제 해결이 우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이스라엘과의 우정, 국민 반발 직면할 것"
블링컨 "美-사우디 안보협정 근접"…가자전쟁에 중단된 수교협상 물꼬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없이는 중동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1일(현지시간) "어떤 사람들은 이웃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서아시아(중동)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단언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그들은 자신의 정권과 시스템을 이루고 그 시스템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인)들을 어떻게 다룰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범죄를 무시하고 우정의 손길을 내민 서아시아 지역 정부들은 자국민이 반기를 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29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에서 미국과 사우디 간 방위조약이 완성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방위조약 체결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전제로 하는 만큼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중단된 양국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날 리야드에서 블링컨 장관과 회담한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도 양국 방위협정과 관련한 대부분의 작업이 이미 완료됐다면서도 협상 타결을 위해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사우디-이스라엘 간 수교를 중재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양국 간 수교가 성사될 경우 그 대가로 미국이 사우디와 한미 동맹 수준의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할 것이란 보도가 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중동 내 이스라엘 여론이 급격히 악화돼 관련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사우디는 양국 관계 수립을 위해선 가자전쟁 중단과 팔레스타인 건국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수니파 사우디와 라이벌 관계인 데다 이스라엘과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하마스 등 대리세력을 통한 '그림자 전쟁'을 이어오는 원수지간이다. 따라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밀월은 이란으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러한 역학 관계 탓에 이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수교 협상을 흔들기 위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승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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