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단계적 라파 작전 준비…美 등 우려에 민간인 피해 최소화로"
인명피해 최소화 위해 교전 축소…주민 대피 우선
美·국제사회 눈치…민간인 보호 효과에는 의문 여전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규모 지상작전을 펼치기보다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점진적이고 느린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집트와 전직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특정 지역에 진입하기 전 인근의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등 단계적인 접근법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라파 공격 계획을 전달받은 이집트 관리들은 이스라엘군이 이전보다 교전 범위를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집트 측과 국경 보안을 위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서 로넨 바르 이스라엘 신베트 국장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이집트 정보당국과 조율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제이컵 나겔은 라파에서의 작전이 전쟁 초기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서 벌어진 지상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특정 구역을 독립적으로 표적으로 삼은 뒤 이에 따라 주민들을 대피시키면서 순차적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을 앞두고 작전 규모를 축소한 이유로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지목된다.
현재 라파에는 140만여 명의 피란민이 몰려있는데, 미국은 물론 많은 국가가 지상작전 강행 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해 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을 대피시킨 뒤에 라파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가자지구 중부 칸 유니스에는 라파 내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텐트촌이 건설됐으며, 가자지구 서부 연안 도시 알마와시에는 일종의 '인도주의 구역'이 조성됐다.
또 이스라엘군은 2~3주간 라파 주민들을 칸 유니스나 다른 지역으로 대피시킬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노력으로 이스라엘이 실제로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WSJ에 "우리는 군사 작전을 승인하지 않았다"라며 "백만여 명이 밀집한 상황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라고 말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라파에서 과도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심각하게 방해하지 않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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