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美의원 '하마스 압박' 발언에 가자휴전 중재 '포기' 시사

알사니 총리 "정치적 이익에 오용"…"중재 역할 재평가하는 중"
"하마스 거처 제공 중단" 주장에…"연락망 개설은 미국이 요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17일 (현지시간) 도하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 4. 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중재하고 있는 카타르가 하마스 압박을 주문한 미국 하원의원의 발언에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며 중재자 역할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수도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좁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재가 오용되고 있다"며 "카타르는 이 역할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알사니 총리는 누가 카타르의 중재를 오용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통신들은 스테니 호이어 미 민주당 하원의원의 지난 15일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호이어 의원은 15일 성명을 내고 카타르를 향해 "하마스가 인질 석방과 임시 휴전 성립을 계속해서 방해하면, 좋지 못한 '파급 효과(repercussion)'를 얻게 된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이어 의원은 이어 파급 효과에 대해 "하마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거나 하마스 지도부에 도하 내 거처 제공을 중단하는 조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카타르가 이러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카타르와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이어 의원의 성명이 알려지자 카타르는 즉각 발끈했다. 미국 주재 카타르 대사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카타르는 중재자일 뿐 이스라엘이나 하마스를 통제하지 않는다"며 "협상 타결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하마스 지도부가 카타르에 체류해선 안 된다는 호이어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비타협적으로 보이는 당사자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은 분명히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카타르의 중재 역할은 2012년 미국의 요청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카타르는 하마스와의 연락망을 열어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2012년 자국에 하마스 정치사무소를 개설했다.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있을 때마다 이 사무소를 통해 자국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은 성명에서 미국을 향한 섭섭한 심경도 드러냈다. 이들은 "최근의 더딘 협상 상황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호이어 의원만이 아니다. 그러한 비난과 협박은 건설적이지 않다"며 △카타르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요 협력국인 점 △병력 1만명이 주둔하는 중동 최대 미군 기지가 카타르에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지난 7일부로 만 6개월을 넘겼다. 양측은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하마스 피랍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6주씩 교전을 중단하는 휴전안을 지난 1월부터 논의해 왔다.

그러나 인질·수감자 교환 비율과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철수 등 세부 조건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과 재개를 반복했다. 지난 7일에도 이집트 카이로에서 하마스를 포함한 당사국 대표단이 만났지만 휴전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상황과 관련해 알사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시간이 지체된 채 민감한 단계를 지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습받은 이란이 지난 14일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직접 공격한 데 대해선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seongskim@news1.kr